커티 삭 Curty Sark 시음기
많은 분들도 그랬다고 하듯이 나 역시 Cutty Shark ㅡ 토막친 상어라고?? 라며 아연해있었다. 어떤 분은 심지어 Cutie Shark 귀여운 상어라고 느끼기도 하셨단다. 그러므로 나중에서야 이 병의 범선 그림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범선의 유형 이름임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아침에 교회를 가는 길에 어머니께선 소은이가 보고 싶다며 갑자기 아이를 맡기라셨고, 그러므로 우리는 감사하게도 교회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처가 일을 보러 신촌을 갔다가 아내가 단둘이서 바깥 공기를 느껴보고 싶다며 젊은 대학생들이 있는 거리를 걷다가, 이름이 그럴듯한 까페에서 그냥 조용히 커피를 마시다가, 그리고 나는 연말맞이 구천구백원까지 가격이 떨어진 먼지 낀 커티 삭 한 병을 책 사이에 끼워 데려왔던 것이다. 아내는 또 술이냐며 어이없이 웃는듯 하면서도 그제도 어제도 그리 많이 마시지 않았으므로 소시지를 사다가 채소와 볶아 소금 후추로 간을 해주고, 게맛살을 손수 잘게 찢어주고, 파인애플 껍질을 깎아낸뒤.토막쳐 차갑게 식혀주었다.
아내의 묵인 속에 맛본 커티 삭은 솔직히 말하면, 평소 즐겨마시던 고량주나 예전 밥잘하는 유진이와 함께 마시던 산토리 위스키보다 훨씬 힘이 떨어져서 아쉬웠다. 그 유명한 그린 북에서 마허샬라 알리가 열연한 흑인 박사가 왜 매일 자신의 숙소에 한 병씩 들여보내라 했는지, 혹은 이 술의 고안자라는 밀주업자 선장이 정말 이 술을 고집했을지 알수없었다. 작은 잔에 온전히 따라마셨을때, 달짝지근한 향보다는 날카로운 어색함이 먼저 덤볐고, 물에 타마셨을때는 힘도 향도 없이 모두 풀어져서 그저 밍밍할 따름이었다. 나는 언제 보아도 생생히 살아있는 야수같은 이소룡을 보며 아내 곁에서 이도 저도 아닌 사십도짜리 술을 절반쯤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