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약속을 지켜주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침 훈련을 하고, 청소하고, 서둘러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쌀을 안치고 빨래를 돌렸다. 출근해야 하므로 아내에게 남은 일만 부탁해두었다. 늦게 퇴근하여 돌아와보니 세상에나, 수육을 쪄두고, 밀린 빨래를 싹 걷어다 정리해주고, 아침 훈련에 마시라고 커피까지 내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집안일에 육아에 처가일까지 고되고 힘들어 아이가 없을때 좋아하는 재벌집 막내아들도(!!) 만나고 잠도 한 숨 자고팠을텐데, 늘상 출퇴근 전후로 도장도 잘 못가고 집안일 돕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평소 내가 늘 살피는곳까지 먼저 다 해두었다. 이렇게까지 약속을 지켜주었는데 내가 어찌 함부로 술을 마시겠나. 한두잔 정도 마시고 책 좀 읽을까 하다가 아내가 내 마음을 깊이 적셔 감사하여 어서 자리에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