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ㅡ 온다던 눈은 아니 오시고
가수도 아닌데 10cm에 달하는 눈이 온다기에 새벽녘 부스스 깨어 거리를 내다보니 까만 아스팔트가 천연덕스럽게 휑하다. 몇시간 전 폭설을 예고했던 뉴스에는 새벽녘 댓글이 다시 달려 기상청을 없애자는 둥, 눈보다 염화칼슘이 더 쌓여 저게 다 돈이라는 둥 하는 댓글만이 달렸다. 저 옛날 송나라의 장재는 음양의 조화와 기의 운용, 객형이라는 개념을 들어 형이상학 논변을 더한 신유학의 기초를 마련했는데, 음과 양이 서로 움직이는 원리가 곧 태극이며 태극은 기를 통해 삼라만상을 빚어내니 이 형상들을 손님이 잠시 머무는듯하는 형태라 하여 객형이라 부르며 강신주 선생은 스피노자의 양태와도 맞닿는다고 보았다. 구도장원공 율곡선생은 선조 때 과거시험으로 출제된, 날씨와 자연재해의 원인을 묻는 문제에서 군왕의 도가 음양의 조화와 연관이 있으니 왕이 이치에 순응하면 날씨가 평안할 것이라고 답을 쓰셨으나, 훗날 북학파 소속으로 서학의 영향을 받은 홍대용은 날씨가 개고 흐린 것은 자연의 정해진 법칙이며 인간의 윤리가 개입하여 감히 바꾸거나 어긋나게 할수없다 비판했으니 유학 전통에서 자연윤리는 탐구보다 윤리적 숭배와 순응의 대상에 더 가깝다고 하겠다.
여하튼 이제는 화학제품을 눈을 녹이거나 만들수도 있는 세상에서 주먹 연습과 근력 훈련을 더 늘린 탓인지 오른 어깨가 쑤셔서 틀 연습만 겨우 하고, 아이를 돌보았다. 이제 어지간히 달걀부침에 질린 세 돌 아이는, 커피를 내려보고 싶다며 나도나도! 를 외치며 뒤집어지다가 제 어미가 혀를 차며, 니는 꼭 손을 대봐야 아노! 하며 손끝을 살짝 대어 뜨겁다는걸 알려준 다음에야 아뜨!아뜨! 하며 고사리손으로 어미와 함께 주전자를 조심히 쥐어 커피를 내려주었다. 아침부터 딸이 내려주는 커피… 그럴듯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