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977일차 - 시간이 가면 변화가 생긴다.
좀처럼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기침 재채기에 목이 쉬고, 그예 코막힘까지 생겨 말할때마다 너무 힘들어하자 아내는 안되겠다며 하루 더 특단의 도장을 허락해주었다. 기운이 빠지고 축 처져 지내는 내가 보기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안그래도 회사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약국을 다녀왔더니, 약국에서조차 그 정도라면 병원을 갔는게 낫겠다며 급한대로 약을 주긴 주었다. 센 약기운에 몽롱하여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가끔 모를 정도까지 가다가, 그래도 도장을 간다니 왜 그리 좋은건지. 코를 훌쩍거리면서도 사제사매들과 어울려서 창문이 뿌얘지도록 치고 받으며 땀을 흘렸다. 금요일은 맞서기의 날. 늘 낄낄 웃으며 장난만 치던 곰순 양은 어느덧 의젓한 줄파란띠가 되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바를 정자 써가며 원효 틀을 하루 횟수 정해놓고 스스로 훈련하고, 체력도 유연성도 많이 늘어서, 허락을 받아 양 어깨를 쓱 만져보니, 흰 띠 떄는 정말로 아기 곰처럼 동글동글 부드럽기만 하던 몸에 어느덧 제법 떡심 같은 질긴 모서리가 생겨서 제법 힘을 써왔음을 알 수 있었다. 콜라 부사범 역시 나 없는 새에 매일 열심히 훈련하더니,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주먹과 발도 매우 날카로워지고, 연타가 늘어서, 얼굴을 노리는 주먹 기술이 매우 다양해지고, 보법이 날래져서 좀처럼 움직임을 잡을수가 없게 되었다.
흰 띠 사제들이 주로 많았던 첫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유단자 및 색깔띠가 주로 있는 두번째 시간에서 우리는 공간을 정해놓고, 주먹, 그리고 주먹과 발을 번갈아 쓰는 맞서기를 2분씩 계속 돌아서 한 시간을 채웠다. 타격은 결국은 거리 싸움이라, 공간을 넓고 다양하게 쓰는 편이 좋겠지만, 늘 상황이 내게만 유리할 수는 없고, 거리가 짧을때도, 거의 없을때에도 다양한 각도와 방법을 통해 효율적인 타격을 써야 한다. 사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는 무릎이나 팔꿈치가 유리하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연습하면 누군가 다치게 되니 함부로 사용할 수 없고, 사매들은 호구를 차고, 가급적 얼굴을 피하면서 맞서기를 했는데, 다들 실력이 늘어서 그 동안 집에서만 연습해온 나는, 확실히 연타 기술이 줄고 감각이 둔해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맞서기를 열심히 연습해온 콜라 부사범의 변화는 눈부실 정도라서, 내 귓가를 스치는 주먹들을 가까스로 피하다가 결국은 반달찌르기에 턱을 몇번씩 맞기도 했다. 아이고 얼얼.. 그러나 이 삼촌 부사범은 기쁘기 한량없구나. (울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