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사는 이야기)

밥 잘하는 유진이와 한 잔 했다.

by Aner병문

서로 피차 바쁘니 만날 일이 많지 않고, 도장에서 마주쳐도 각자 훈련하기에 바쁘다. 하여 아내의 허락을 받아 어렵게 시간내어 밥 잘하는 유진이 퇴근 시간 맞춰 만났다. 날씨가 아직 생강처럼 맵고 쏘는 밤이었다. 나도 아내도 고기 굽는 일이 서툰데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 불 가까이에 두는 일이 걱정되었으므로 주로 음식이 되어 나오는 집에서 외식을 하곤 했는데, 날이 날이니만큼 밥 잘하는 유진이에게 고기 굽는 요령을 좀 다시 배웠다. 삼겹살은 겉이 좀 익어 부드러워지면, 가느다랗게 세로로 잘라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히 서로 배분되게끔 하고, 너무 많이 뒤집지 말고, 한 쪽이 충분히 익으면 다른 쪽으로 뒤집어 굽는 것이 요령이라고 했다. 다른 고기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나는 소맥을 썩 즐기지는 않지만, 밥 잘하는 유진이는 좋아하므로, 유튜브에서 잘생긴 마츠다 부장님이 마시는대로, 소주잔 글씨 아래 절반 좀 안되게 소주를 채워 맥주잔에 붓고, 맥주는 다시 글씨 아래쪽까지 충분히 쭈욱 부어 수저로 탕탕 두어번 내려꽂아주면, 소맥이 완성된다. 밥 잘하는 유진이는 소맥이 맛있다며 감탄했지만, 나는 사실 바깥에서 술을 잘 마시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어느틈에 화학소주 값이 5천원씩이나 올라 새삼 무서웠다. 변하는 것은 술값만 아니라서, 사실 밥 잘하는 유진이와 나는 태권도보다는 주로 세상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밥 잘하는 유진이는 아직 삼십대 초반의 젊은 아가씨지만, 나의 직장 상사였고, 나는 그녀에게 일의 기초에 대해 많이 배웠다. 비록 요식업계에 계속 있진 않고, 요리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일을 대하는 성실성, 책임감 등에 대해서는 뼈에 저리도록 배웠다. 밥 잘하는 유진이는 전문 기술인이며, 그 기술을 배우고 대하듯이 태권도도 익히고 배우고 있다. 여러모로 존경할 도리밖에 없는, 옛 직장 상사이자, 훌륭한 사매이다. 입문은 나보다 늦지만 어느 틈에 단이 같아진지 오래 되었으며, 항상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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