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에 대해 가르침받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일 자체가 낯선 사람은 아니다. 나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국어-정확히는 문학 교사의 꿈을 꾸어왔고, 임용고시는 본디 고시가 아니고 고사(考査)지만, 사법고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렵고 치열하기에 그런 명칭이 붙었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공교사의 꿈을 포기했고, 전공한 유학 철학이 비로소 내 운명 같은 것임을 인정하며, 대안 학교 교사도 잠시 했었다가, 독서토론모임도 했고, 제도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정식으로 논술을 가르치기도 했었다는 말도 했다. 하여간 말을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는 일에 있어서는 나름의 경험이 있으며, 도장에서도 부족하나마 지도 부사범으로서 이해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연유 덕분인지, 회사에서는 여러 가지 면접 및 시험에서 내게 나쁘지 않은 점수를 주었고, 지금 하는 일보다 한 단계 더 전문적인 강사 양성 과정에 나를 투입하였다.
그 동안 단순히 기계들의 작동 원리와 사용법, 그 문제해결법을 배웠으며, 나름대로 숙지하여 다시 타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단지 목적어만 다를뿐, 글을 쓰거나 태권도를 익히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내가 숙지한 방식을 풀어헤친 뒤 다시 상대에게 짜맞춰 전달하는 일이었다면, 회사에서 원하는 강사가 되는 일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정말이지 치가 떨리도록 망해버렸지만, 바BAR도 운영해봤던 내 입장에서는, 누군가에게 그렇게까지 '평가받으며' 말을 해본 경험이 정말 적었다. 회사의 강사 양성 과정은 회사가 원하는 내용을 전달코자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 및 구성, 심지어 분량 중에 어느 정도의 비율만큼 농담을 해야하는지조차 세세하게 지도받아야 했으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대해 타인의 기준대로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과정이 낯설고 어려워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대면 강의가 적어지면서, 비대면 강의에 필요한 원격 프로그램 조작법까지 익혀야 해서, 나는 속으로 이럴 줄 알았으면 철학 말고 공대나 갈걸 하고 웃기도 했었다.
여하튼 가르치는 일에 대해 가르침을 받는 중이다. 공교사 일을 하는 곽선생에게 물어보니, 현재 교육청은 가르치는 과정 자체에 대해서야 당연히 나라의 기준이 있으나, 그 전달 방식까지는 일반 사기업처럼 아주 세세한 기준이 있지는 않다고 했다. 과목마다 차이야 있겠으나, 생각을 전개하는 방식과 도구의 차이일뿐, 철학도 기계도 결국 동일한 논리의 체계 속에 있다. 논리적이지 않은 철학이나 기계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논리적으로 정밀하게 움직여야할 기계, 그리고 때때로 무언가 충돌하거나 부족하면 사람처럼 '유도리 있게' 넘어가지 못하고, 반드시 오류가 나버리는 기계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그 과정에 대해 배우고 있다. 어찌 되었건 이런 식으로 교사의 꿈을 이룰 것이라곤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 태권도처럼 정해진 하나의 형식과 기준에 내가 맞추고자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노력하는 형태의 방식조차 고정적인 듯하여 영 어렵다. 하는 것없이 기운이 자주 빠져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 교육을 시작하고 나서, 글은 하염없이 보지만 책을 읽은 적이 별로 없다. 독후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게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