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사는 이야기)

오래 두고 사귄 벗을 친구라 한다. 친구 아이가?!

by Aner병문

장자와 혜자는 싸웠다. 만나기만 하면 싸웠다. 말로만 싸운게 아니라 저잣거리에서 스쳤을 때 서로에게 침을 뱉고 물어뜯고 주먹다짐을 할 정도로 싸웠다. 지금으로 치면 둘 다 번듯한 사설학원 원장님이나 지방대학 총장쯤 되는 양반들인데도 그랬다. 장자와 혜자 간에는 많은 논쟁이 있었으나 일반적으로는 호수의 다리 위에서 물고기를 바라보며, 물고기의 즐거움을 과연 사람이 온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수편의 논쟁이 유명하다. 장자가 호수의 물고기를 굽어다보며 '저 물고기들은 물 속에서 노니니 즐겁겠군' 이라고 말하자, 혜자가 '자네가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의 즐거움을 어찌 알겠는가?' 하고 말꼬리를 잡는다. 역시 명가(名家 )- 논리학의 대가인 혜자다운 시비였다. 그러나 꿈 하나 꿔놓고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 구분도 못한다는 장자 역시 '자네는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어찌 모른다고 단정짓는가?' 하고 말꼬리의 꼬리를 잡는다. 잠시 이야기를 돌려, 장자의 많은 우화 중에 그림자 간의 논쟁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림자의 그림자를 망량(罔兩)이라고 하는데, 본인조차 원래의 짙은 그림자 경(景)에게 종속된 주제에 되려 경더러 줏대없이 살지 말라 꾸짖기까지 한다. 망량의 어이없는 힐난에 경은 설득을 하다 포기하고 내 어리석은 이와 더불어 무엇을 더 논하랴 탄식했다는데, 장자가 보기에 타인과 완벽한 공감도 할 줄 모르면서 예와 논리를 따지는 유가와 명가는 모두 허례허식에 묶인 헛똑똑이에 지나지 않아보였을 터이다. 데카르트마냥 주체에 대해 깊이 고민했으나 끝내 그 고민조차 버린 장자, 아내가 죽었을 때에도 울기는커녕 술병을 두드리며 오히려 아내의 생사는 사계절의 변화와 같아 슬퍼할 필요도 없다며 혜자와 맞섰던 장자. 그런 장자조차 혜자의 죽음 앞에서는 눈물을 쏟았다.



아내의 장례식에서도 사람의 생사가 자연스럽게 피고 지는 꽃과 같으니 슬퍼할 필요가 없다했던 사람이, 더군다나 만나기만 하면 다투고 싸웠던 사람의 장례에서 저렇게 구슬프게 운다니. 헤자의 제자들은 이해할 수 없어 장자에게 그 연유를 묻는다. 그러자 장자는 혜자의 제자들을 책망하며 말한다. 너희들은 스승으로부터 진시황 때 나무꾼과 미장이의 이야기조차 듣지 못했느냐? 미장이가 벽에 회반죽을 바르다 코끝에 회칠이 조금 묻고 말았다, 새끼손톱만큼의 얼룩인데도 굳이 제 손을 쓰지 않고 옆집의 나무꾼에게 털어달라 하니 나무꾼은 날카로운 도끼를 휘둘러 코끝을 쳤는데 코는 조금도 상하지 않았고 회칠만 깨끗이 날아갔지, 이 소문이 흘러 진시황이 그들을 불러 그 재주를 보기를 청했으나 이미 미장이는 죽고 나무꾼만 남아 그 재주를 보일 수 없다 하지 않았겠는가, 서슬 퍼런 시황제가 다른 사람의 코로 대신하면 되지 않겠나 역정을 냈지만 나무꾼은 내 도끼 앞에서 겁을 먹지 않고 코를 맡기는 이도 그 친구뿐이요 내가 두려워하지 않고 도끼를 휘두를 수 있는 이도 그 친구뿐입니다, 라며 끝까지 거절하여 끝내 상을 받았다고 했지. 장자는 여기서 한숨을 쉬며 말을 맺는다. 혜자와 나의 관계도 그런 것이야, 속내를 끝까지 서로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마음껏 겨룰 수 있었던 것이지, 이제 그가 죽고 없으니 내 말과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이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네.






내일은 내 생일이다. 모레는 내 친구들이 와서 하루 질펀하게 놀고 갈 것이다. 그들은 내가 좋아하는 책과 술을 들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좋은 마음을 주고 갈 것이다. 나는 북쪽에 단 둘의 친구가 있다. 그들은 모두 십년을 넘게 만났다. 세상에 인생 하나 바쳐 오래 스며갈 사랑하느 처자식이 있고, 마음을 둘로 나눠줄 친구 둘이 있으니, 사나이 한 세상 이 것으로 족하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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