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 허우적허우적 연습하고 있습니다.
밥 잘하는 유진이는, 유튜브로 하루종일 무술만 찾아보는 것 같다고 그랬지만, 사실 콩나물 시루처럼 몸이 끼어있을망정 딸내미 신경 안쓰고 잠시 딴짓이라도 할 수 있는 때는, 오로지 출퇴근 시간 때밖에 없어서 그렇다. 의자에 앉을 수라도 있으면, 찬송가 틀어놓고 잠시 눈을 붙이고, 그렇지 않으면 성경 읽고, 영단어-영문장이라도 한 두개 들여다보다가 결국은 각국의 ITF태권도는 물론이요, WT태권도, 가라테, 중국 무술, 킥복싱, 무에타이, 유도, 쿠도 등 하여간 볼 수 있는건 두루두루 보다 신경쓰이거나 재밌는 링크가 있으면 밥 잘하는 유진이나 콜라 부사범에게 보내곤 한다. 이딸리아는 아르헨띠나와 더불어 ITF태권도의 강국이기도 하지만(계열은 북한 계열 쪽이 강세^^;;) 세계2차대전 때 일본과 맺었던 동맹을 계기로 유럽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빨리 가라테나 유도, 검도 등이 정착했던 나라인지라 가라테 역시 실력이 출중하다. WKF- 우리 나라로 치면 WT , 즉, 세계태권도연맹처럼 스포츠 가라테로서 넓은 저변을 자랑하는 세계가라테연맹의 가라테는,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도 시범 종목으로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마치 WT를 연상케하는 앞뒤로 빠르게 뛰는 보법부터 해서 주먹으로 얼굴을 치거나 발로 찔러 차는 등, 먼저 선취점을 올리는 쪽이 보통 이기게 되어 있으며 (오랜 전통을 지닌 쇼토칸 가라테의 규칙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강한 타격으로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한다 하여, 도쿄 올림픽 결승에서는 먼저 달려들다가 카운터로 주먹에 얼굴을 맞고 실신한 이가 오히려 반칙승으로 금메달을 걸게 되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하튼 고류 무도일수록, 운동기구가 많지 않았던 시절 스스로 몸을 단련하는 여러 가지 비법 등을 가지고 있는데, WT태권도의 품새 형식으로도 익숙한 우리들에게, 가라테의 형- 즉, 카타는 그야말로 절도와 효율의 절정을 보여준다. 하여 이딸리아 여성 선수들의 훌륭한 카타 연무와, 더불어 우리 ITF태권도의 보 맞서기처럼 앞뒤 합을 맞추어 가라테의 타격만으로 각종 상황을 타개하는 호신 연무를 보여주었는데, 정말로 아름답고 훌륭하기 이를 데 없었다.
80년대 독일이며, 미국, 영국, 서양의 다양한 나라에 이러한 저변을 뚫고 먼저 훌륭히 정착하신 고류 태권도 사범님들의 연무도 유튜브에서 보면 참으로 훌륭하기 이를 데 없다. 나는 전문적인 지도자도 아니고, 그저 취미로 열심히 연습하는 이에 지나지 않지만,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 출퇴근하면서 육아까지 하려니 정말 눈 떠서 단 1분도 허투루 쓰는 일 없이 허위허위 매진해야 겨우 열시 좀 넘어 아이와 함께 눕는 정도다. 불을 끄고 누워도 아이는 아이인지라 어느 날은 떼를 쓰고 어느 날은 애교를 부리며 기어이 우유를 챙겨마시고 더 놀겠다 고집을 부리다 잠드는 것을 보면 벌써 오후 11시. 처음 생각은 늦은 밤이든, 이른 새벽이든 반드시 보 맞서기든 틀이든 맞서기 연습이든 간에 무엇이든 1시간 정도는 정해놓고 신체 단련을 연습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웬걸, 신경 자체가 아이에게 가 있는 지금은, 무엇을 해도 신경쓰여 집중할 수가 없다. 결국 나는 책을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더 늙어가는 몸을 붙잡아두고자 허우적허우적 연습하기 시작했는데, 더더욱 때를 가리지 않게 되었다. 일단 어쩔 수 없이 여동생의 외부 교육 때문에 애를 데리러 가야 하는 상황에 반차를 썼을 때에도, 나는 빨래를 돌려놓은 상태로 땡볕에 태권도 연습을 먼저 했고(진짜 이 날 쓰러지는 줄 알았다.), 아내가 온 다음날 바로 한숨 잔 뒤 이른 아침부터 다시 태권도 연습을 했다. (그렇다고 실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집이건 회사 비상 계단이건 가리지 않고 팔굽혀펴기를 하고, 다리를 뻗쳐 버티기 연습을 하고, 기구를 들거나, 혹은 단 삼십분이라도 권투 연습을 하거나, 하여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연습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바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내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괜히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서야, 태권도를 비롯하여 무공을 한다는 것은, 일단 꾸준히 하는 일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우리는 무작스럽게 강하여 누군가를 꺾고 치고 부러뜨리고자 무공을 익히지 않는다. 우리는 싸워 이기려고 무공을 익히는 게 아니라, 꾸준히 무공을 붙잡고 심신을 단련하여, 적어도 도복을 입고 띠를 매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하려는 목적이 첫번째다. 제아무리 태권도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더 강한 자에게 설설 기며 눈치 보고 제 뜻을 말하지 못한다면, 띠를 매고 연습할 이유가 없다. 가능하면 내일 또 새벽에 일찍 일어나 연습을 한번 해보고 싶다. 아이는 보통 이른 아침에 푹 잠들어 있다. 밥 잘하는 유진이는 오늘도 늦은 시간에 퇴근을 마치고 조금이라도 연습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우리들 다 이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