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ㅡ 실내 맞서기 연습은 계속된다!
지난주 도장 갔더니, 그야말로 베르세르크의 가츠마냥 앞머리만 살짝 하얗게 센, 키가 훤칠한 미남 흰 띠 사제가 눈에 띄었다. 맞서기 연습하는 날인데 금방 지치시기에 아, 별로 운동을 안하신분인가 보다 해서 나랑 연습할때 짐짓 3단 티를 낸답시고, 자, 맘껏 치십시오!! 하자마자 농담이 아니고 휭! 바람소리가 나더니 진짜 아슬아슬하게 발차기를 피했다. 구 년 간의 태권도, 그 이전의 이런저런 숱한 훈련들이 겨우 내 모가지를 구했다. 방금 전까지 못하겠다고 헐떡이던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모든 발차기가 빠르고 정확했으며, 키까지 커서 사정거리가 길었는데, 그나마 상체를 늘어뜨리고 주먹을 거의 쓰지 않으셔서 어찌어찌 공방은 되었다. 나중에서야 땀으로 흠뻑 젖어서 내력을 물으니, 대학생처럼 젊어뵈더만 고작해야 한 살 어리고 진작에 장가가서 처자식도 다 있으시며 대학교 때부터 WT태권도를 연마했다는 것이다. ITF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으나 결혼하고 직장 생활하느라 훈련을 쉰지 오래 되었다가 드디어 입문했다고 했다. 어쩐지 손을 거의 쓰지 않고 옆몸으로 돌아서 발차기만 흩뿌리는 전형적인 자세다 했지만, 기본적으로 키가 백구십 가까운데다 무릎이 탄력있게 높이 올라가고, 채찍처럼 휘어치는 브라질리언 킥 같은 그의 돌려차기는 일품이었다. 나처럼 팔다리가 짧은 사람은 치기 전에 붙거나, 상대가 공격을 거둘때 따라들어갈수밖에 없는데, 하여간 그 날은 고생도 많이 했고 주말 내내 온몸이 뭉쳐서 아내에게 지청구도 들었다.
오늘은 부모님 허락을 받아 옥상도장으로 가렸더니, 조부모님 예쁨받으며 티비보고 재롱피우던 딸내미가 아압빠아, 하면서 철푸덕 엎어지더니 가지마요, 가지마요 하는 것이다. 하여 또 불충분하나마 아이 티비보여주면서 혼자 맞서기 연습을 삼사십분 했다. 일찍이 나는 맞서기나 대련을 준비하는 연습이란, 여러가지 다양한 무기를 준비하고 그 탄약을 채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었다. 짧은거리에서의 팔꿈치, 무릎, 박치기, 올려치기, 낮은데차기 등은 권총이겠고 긴 거리에서의 찌르기, 돌려치기, 옆차찌르기 등은 장총이겠으며, 연달아 밀어붙인다면 기관총일 터이다. 한 방에 잘 끝내는 것이 기본이겠으나, 규칙을 지키며 득점을 올려야하는 경기에서는 다양한 총을 여러번 쏠수 있는 사람이 유리할 터이다. 따라서 탄알집에 차곡차곡 총알을 재어넣듯, 자신이 할수 있는 모든 기술들의 체력을 키워놓아야 한다.
따라서 요즘에는 시간을 정해두고 항시 기본치기를 반복해서 빠르게 연습한다. 원투치고 좌우 앞차부수기, 돌려차기, 옆차찌르기를 쉬지 않고.반복한다. 일 분을 넘기기가 어렵고 금방 땀에 젖어서 몸이 풀린다. 기상천외한 절초를 익혀 허를 찌르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맞서기의 기본 승부수는 체력과 힘이다. 가능한 효과 있는 공격을, 가능한 많이 퍼부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