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본격부녀육아일지 ㅡ3주차 간략보고

by Aner병문

1. 아비의 잘한 점

ㅡ 타짜 1편에서 호구가 작업당하는줄도 모르고, 도박에도 파도가 있는 것이여! 내리갈때가 있으믄, 올라갈때도 있당게! 했듯이, 역경 이라고도 부르는 주역에서 음양의 높낮은 흐름을 잘 봐야한다고 했듯이, 드디어 딸과의 대화법을 점점 더 깨우치게 됨. 무조건 안돼! 는 절대 안되고, 세상이 신기할 딸내미에게 기본적으로 주체적인 권리를 주면서, 안될때는 스스로 그만하게 하고 더이상 안된다고 말해주면 매우 협조적임. 아직까진 잘 진행되고 있음.



2. 아비의 못한 점

ㅡ 3일 연속 과음 및 과식! 솔직히 과음은 안했으나 과식은 확실히 맞음. 몇날며칠 설사했으며 결국 며칠간 식사를 거의 안하고 포카리 스웨트로 대체. 의외로.견딜만해서 아, 내가 무의식중에 항상 대식하고 있었구나 깨달음. 앞으로 나이도 들어가니 식사량을 좀 줄일 예정. 그렇지만 며느리 올라온다고, 오리고기에 생선회에 육회에 족발에 보쌈에 냉면까지 손수 다해주셨는데, 그걸 어찌 안 먹누. 아버지는 이미 막걸리 통 따고 계셨고… 사실 소주 두세병씩 마신 것이라 주량상 과음은 아니나, 피로에 늘 절어있던 몸에 활력이 돌고, 복통도 잊었으며, 책도 더 잘 읽히고, 심지어 기억 가물가물하던 중국, 인도, 베트남 왕조까지 기억나서 깜놀.. 대단찮은 지적 능력조차 술에 의존하긴 싫어서 좀 자제해야겠다 생각 중.



3. 시간순서상 딸내미 잘못한 것 먼저.

ㅡ 애교폭발한다 했더만 결국 터짐. 잠을 설쳐서 기분 안 좋은 날 아침, 아비는 출근하고 어린이집 보내려고 할머니가 티비 끄시자마자 으아아아아, 안돼!! 하면서 대성통곡. 어떻게 달래서 데려갔으나 동네 한복판에서 또다시 신발, 양말 다 벗고 떼굴떼굴 전후방 낙법치며 떼쓰기 폭발. 그도 그럴것이 어머니는 나 어렸을 때부터 아이는 명령하면 들어야한다 생각하시는 주의라… 결국 어찌어찌 어린이집 근처까지 와서야 애 고모가 나와서 달래서 데려갔고, 어머니는 밥해주고 재워주고 약 발라주고 키워줘도 성깔 더럽다며 낙심. 애 달랜답시고, 티비ㅡ유튜브 너무 보여준탓 아니냐며 애 중독.되겠다며 아버지, 애 고모, 나, 아내까지 괜시리 불똥.튈 위기 상황!!



4. 딸내미 잘한 점

ㅡ들리는 말에 의하면, 저 고모와 함께 그날 귀가하더니, 할머니를 꼬옥 안아주며, 함모이, 사랑해요, 미안해써요, 라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말하여 순식간에 분위기 역전!! (아니, 어머니, 아들은 평생 그렇게 빌어도 후드려 패시더니 손녀차별 쩌시네요!! ㅋㅋㅋ) 심지어 그 다음날, 또 난리날까 두려워 아버지께 소은이 맡겨 어린이집.데려가라 하자, 소은이는 놀랍게도 저가 먼저 티비를 끄면서, 끄읕! 하더니, 함모이, 같이 가요오, 같이 가요오 (특유의 그 못견디게 사람 녹이는 억양이 있음 ㅋㅋ) 하면서 할머니 손을 끌어서 또다시 감동시킴. 감격에 겨운 할머니가 그려, 가자! 하시며 자리를 박차자 함모이, 안경, 안경! 안경 챙기라 말씀도 드리고, 소은이 누구 손녀여? 물어보면 함모이 손녀! 해서 그야말로 쐐기를 박음.

ㅡ 추가로 과식과 과음의 주말, 어머니는 제주도에서 손수 캐오신 고사리에 고등어를 조리고, 양지머리를 슴슴하게 우린 육수로 냉면을 만들어 주셨는데, 소은이가 꾹수! 라고 부르는 냉면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슴슴한 냉면도, 매콤하게 조린 고등어와 고사리도 진짜 맛을 알고 먹는건지, 우와! 진짜 맛있어!! 를 연발하며 뚝딱뚝딱 해치움. 특히 할머니가 하루종일 고기 우리고, 고명 만들고, 양념장 재운 냉면은 삼시세끼 눈만 뜨면 함모이 꾹수, 꾹수! 하고 찾아서 더더욱 웃음꽃이 폈대나, 뭐래나… 여하간 어머니 아버지 오신 뒤로 주변 정육점, 어물전, 채소과일상, 매일 물건 대느라 바쁨… 부럽다, 이녀석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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