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말했다. 서로 달라서 사는 거라고.
아내와 나는 참 많이 다르다.
지난 달 초에 복직한 아내가 보낸 메시지에 벌써부터 무서움과 답답함이 뚝뚝 묻어났다. 아내가 쓰는 구글 아이디를 이른바 '해킹' 당했다고 했다. 아내나 나나 피차 인터넷이나 기타 전기, 전자로 구성된 무언가에는 좀처럼 관심을 따로 두지 않는데, 아내의 구글 아이디를 누군가 침해해서 아이디의 세부사항을 몇 개 '캡쳐' 한다음, 아내의 동료에게 보내려고 하다가 실패한 정황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비록 회사는 좀 다르지만, 비슷한 업무를 보는 나로서는, 아내보다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기에 익숙했다. 아내에게 구글 아이디 암호를 바꾸게 하고, 휴대전화 소액결제 기능을 포함해서 아이디에 등록된 결제수단을 모두 해제 및 차단시키고, 무단 청구된 내역이 없는지 확인하게 했다. 오래 전 여동생 역시 구글 아이디를 침해당해서 약 300만원 정도 손해를 본 일이 있다. 다행히도 아내나 나나 게임도 하지 않으며,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많이 사버릇 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손해는 없었다. 다만 아내는 여러모로 불안해했고, 성격 자체가 나처럼 불안감을 오래 쥐고 살질 못하고, 빨리 내버리고 싶어하는지라 그냥 휴대전화를 초기화해버렸다. 개별 백업을 미리 알려줬어야 했는데, 아내의 때때로 급한 성격을 헤아리지 못한 내 불찰이었다. 아내는 지금까지 신분증으로 카카오뱅크며 은행 공인인증서, 직장에 필요한 보안 프로그램 등을 다시 설치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아내는 그래도 내가 아니었으면 전체적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헤아리지 못햇을 것이라며, 내 직장도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그러게, 나는 왜 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오래 전공해놓고, 이제 와서 서양식 기계 논리 따지는 직장에서 밥 벌어먹고 있지, 차라리 공대라도 갈 것을....(...) 근데, 사실 철학과 논리는 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나 역시 이번달 셋째 주부터 첫 신규 교육을 맡아 정신이 없으며, 아내 역시 새로 뽑힌 후임들에게 직장 교육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나야 그렇다치고 아내는 명색이 나랏일 하는 사람이니 더 책임이 막중할 터이다. 아내는 간호사 시절, 치매 할머니들 돌보는 교육도 하고 나름 교육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지만, 난생 처음 해보는 강의인데다 3년만의 복직이니 더 긴장할만도 하다. 그 때 나는 회사의 교육 준비를 막 마치고 돌아와 공복에 육회에 고량주 한 잔 하며, 딸내미 재롱도 보고 아내 이야기도 들으며, 모처럼 주말부부의 호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대략적인 강의 기획을 짜주었다. 아내는 자신은 도통 언어에 재주가 없으므로, 이래서 역시 남편이 좋다고 깔깔 웃었다. 그때 함께 깔깔 웃던 딸내미가 자신이 가지고 놀던 젓가락을 양쪽으로 딱! 나누어버렸다. 어린 아이들에게 올바른 젓가락질을 가르치기 위해 두어 개의 고리가 달린 작은 젓가락이며, 젓가락들이 힘을 받아 모이는 교차점에 동그란 원판이 붙어 있는데, 늘 힘이 넘치시는 따님께서 이 젓가락을 힘으로 그냥 나누어버렸다. 술 한잔 먹은 김에 이거 하나 못하겠어? 하고 젓가락 두 짝과 원판 하나를 받아들었는데, 그냥 노래만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젓가락 두 짝이 똑같아요~ 그 이외에는 도통 이 젓가락 두 짝과 원판을 어떻게 끼워야 아이가 예전처럼 쓸 수 있을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내가 한참 묵묵히 젓가락만 바라보고 있자 아내는 픽 웃더니 '도 닦니껴? 어디 보이시더.' 하더니 한 1분만에 뚝딱 끼웠다. 내가 하도 놀라서 '앗따, 기양 설계자가 따로 없네, 아니, 어쯔케 그것을 끼웠는가? 눈에 뵈던가?' 하니 '딱 보모 모르니껴? 내는 딱 보니 각 나오드마, 모.' 하며 엣헴, 키도 큰 양반이 어깨를 으쓱으쓱 했다. 아아, 키 크고 성품 좋고 인물도 좋은 우리 아내, 우리 집에서 키 크고 팔 길어서 형광등 갈고 모기 잡는데 일등인 우리 아내, 운전도 나보다 잘하는 우리 아내, 못 박고 아기용 울타리 세우고, 침대 랑 자전거 조립도 척척 잘하는 우리 아내. 난 앞서 열거한 이런 것들 하나도 못해서 군대에서도 참 많이 맞았고, 어머니는 아무리 가르쳐도 가르쳐도 손재주 하나만은 포기하셨다. 넌 기양 출세해서 운전기사 두고 살어라. 어렸을때부터 나는 장난감 자동차도 제대로 못 몰고 그냥 책만 읽었다고 한다. 아내는 엊그제 명언을 남겼는데 부부가 참 달라서 서로 좋고 잘 산다고 했다. 그러므로 다르고 같은게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일 게다.
그러므로 아내와 나는 참 많이 다르다. 우리는 5년 전 9월 첫 날에 만나 12월 첫 날에 결혼했다. 총 열두 번 만났고, 처음 두 번의 만남에 결혼을 결정했으며, 나머지 주말에는 행사를 준비하며 보냈다. 우리는 지금 연애하듯 산다. 항상 아내에게 감사하며 산다. 나도 아내가 나를 만났음에 감사하며 살 수 있게끔 하는 남자이기 위해 노력한다. 아내 덕에 내 우울한 청춘을 많이 잊을 수 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