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어쩔수 없는 하루키
그러므로 그 까페 사장님은 눈도 크고 이목구비도 또렷하며 웃을때도 입을 크게 벌리고 시원시원 잘도 웃으신다. 손님이 없을때는 늘 책을 읽느라. 읽다만 책들이 책상 한구석에 항상 엎드려 있다. 개인적으로 손님이랍시고 치덕대는 이들이 많다며 하소연을 해오기도 하시어 어느 위치에 있다고 말할수조차 없어 속상하다. 하여간 우리 아내 못지 않게 인물도 잘났고 성격도 서글서글하여 괜히 사는게 피곤한가보다. 늘 내게 부사범니이이임 부르시며 헤헤 웃으시곤 책 얘기를 가끔 많이 한다.
오랜만에 잠시 들러 크고 독하고 진한 커피를 부탁드리고 미처 제목을 읽지 못한 채, 사장님께서 읽다만 책을 잠시 들춰보는데 참 뉜지는 몰라도 하루키스럽게 썼네, 했더니 역시 하루키였다. 브랜드만 다를뿐 늘 독주, 종류만 다를뿐 늘 미식, 쟝르와 제목만 다를뿐 늘 음악, 서사와 관계없이 이성끼리 자거나 혹은.마음대로 안되어 실망한다. 한때 이십대때 푹 빠져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도 그랬지만, 하루키는 결국 누구든 먹고 마시고 음악듣고 영화보다 섹스하고 실망한다. 그러다 어쩌다 꽤 그럴듯한 서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정말이지 평생 우려먹은 하루키스러운 서사에 걸맞는 인물상들이 배치되어 그렇지 않은가한다. 서로 잘 들어맞는 수나사 암나사처럼. 그래서 누가 이렇게 하루키스럽게 썼나 해서 책장을.봤더니 역시 하루키라며 내가 낄낄거리자 사장님 역시, 그쵸 부사범님, 하루키는 되게 다 비슷한거같아요 하며 커피를 건네주셨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주체적으로 제대로 생각하고 놀만한 환경조차 없다. 만나서 밥먹고.영화보고 술마시고 커피 마시고 모텔가는 청춘들은 자신의 자본이 허락하는대로 비슷한 경로를 소비할 뿐이다. 나라고 뭐 얼마나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