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부사범으로서의 첫 교육에 대하여
10대 때 문학과 음악을 하며 살기를 꿈꾸었던 내가, 20대 때 철학과 무공으로 방향을 틀거라고 생각치는 못햇고, 30대 때 태권도를 하며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마침내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거라고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물론 기계는 내 기대보다 훨씬 멍청했으며, 기계를 다루는 논리야말로 결국 철학을 관통하는 논리와 다를게 없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기도 했으나 어쨌든 가끔 책조차 전혀 들춰보지 못하고 설명서를 읽고 또 읽으며, 마치 기기 판촉 사원마냥 사양을 눈에 담고 있노라면 이럴바엔 공대 갔지 하는 생각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껏 한자, 논술, 대안학교 교사, 현재의 도장 부사범 등 어쨌든 조금씩이라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안내하고 알려주는 일을 해왔으니 어느 정도 믿는 구석도 있었으려니와 첫 교육 보조를 맡았을때 생각보다 기대치가 높다고들 말씀해주셔서 난 그래도 첫 3주 간의 단독 교육을 어느 정도 내가 잘 해낼 줄 알았다. 물론 그 예상은 100% 망가졌고, 결과적으로 3주간 나는 역시 각자의 교육과 행정 업무에 바쁜 상사, 동료들에게 도움까지 받아야 했다. 다들 당연한 일이라고, 1년 정도는 해야 비로소 한 사람 몫 해야된다고들은 하셨으며, 심지어 나는 매일 세네 시간씩 자면서 육아와 훈련 이외에는 그 좋아하는 책 한 줄 읽지 않고 오로지 오롯이 혼자 해보는 교육에만 투자했지만, 정말이지 할매집 국밥마냥 '말아먹었다.' 그리하여 이 일기장에 빌어 막간을 이용하여 한번 정리하고자 한다.
1. 가장 큰 실패 - 교육 과정 재편의 실패
아무리 이런저런 일이 많다고 해도, 어쨌든 내 주 업무는 교육이다. 교육에도 여러 분야와 기술이 있어서, 이미 일하는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승진시키는 1~2주 간의 약식 교육이 있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육은 역시 서로 다른 결로 살아온 남녀노소를 3주 간 함께 웃고 울고 떠들며 우리 회사의 사람으로 바꾸는 입사 교육이다. 이 회사에서 몇 년 간 일하면서, 솔직히 교육의 체계는 좋았으나 기계와 워낙 연관없는 삶을 살아온 탓에 첫 입사에서도 6개월, 부서 승진 이후로도 석 달 정도는 거의 매일 울다시피 고생한 나는, 할 수 있다면 교육 부서로 가겠다는 꿈이 있었고, 그래서 교육을 하게 되면 교육자료의 필수 내용만을 알려주고, 실제 업무에 필요한 기술 및 경험을 반복하여 많이 가르치겠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반복하여 복습하겠다 는 생각을 해서 교육 자료 순서를 재편했다. 이 방법이 잘못되었음은, 곧 첫 한 주가 넘어가자 바로 들통나게 되었다. 입사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 순간을 해결하는 실무 기술이 아니라, 이 기계가 왜 그렇게 움직이고,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 알게 해주는, 그리고 몇 년 전의 나처럼 전혀 기기 분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기기와 정책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을 이끌어내는 일이었는데, 나는 그에 대해 미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교육으로 재밌게 하기보다 평소의 언변과 인간적인 정성으로 다가갔고, 그 또한 긍정적이긴 했지만, 교육 시간엔 늘 졸려하는 교육생들을 보기 면구스러웠다. 게다가 중간 시험을 칠때마다 절반 이상 통과하지 못하는 교육생들을 뵈며, 내 스스로 재편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들만을 반복적으로 주입했던 내 교육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금세 통감했다. 그나마 이번 기수의 학생들이 점잖고, 늘 바쁘게 뛰어다니는 내 모습을 이해해주는 분들이 아니었다면 더 큰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게다가 입사 교육은 다른 전환 교육과는 또 달라서 뽑은만큼 제대로 교육에 배치되지 못하고 중간 이탈자나 퇴사자가 생기면, 그 또한 내 책임을 묻는 일이라 무척 까다로웠다. 입사한 몇 명을 배치시켰다고 보고하는 메일을 쓰면서 나는 속으로 이거야말로 현대판 노예상 같구먼, 하며 속으로 혼자 슬프게 웃었다. 어쨌든 잠은 늘 모자랐고, 나는 커피에 적신 졸음방지 껌을 씹어가면서 매일매일 교육 자료를 뜯어고치느라 애썼다. 오래 가야할 길이다. 단번에 개선되진 못하겠지만, 난 3주 간 전체적으로 이 거대한 브랜드의 교육자료를 아직 다 통달하지 못했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을 짜내는 힘이 아직도 부족함을, 그래서 내가 아는 내용만을 자신있게 반복하여 주입하는 사람임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되어 무척 부끄러웠다. 이 부끄러움을 이겨내야 내 교육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터이다. 지금 나는 회사의 구매 홈페이지를 다시 열심히 보고 있다. 왜 이 회사의 제품이 좋은지부터 알아야, 교육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항상 새길 일. 나처럼 반복식, 주입식 닫힌 학습에 장아찌처럼 절여진 사람은 어렵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질문으로 교육을 구성해야 교육이 좀 더 재미있다.
2. 교육을 뒤따르는 보고- 행정 업무의 기민성.
보안상 회사 대부분의 행정 업무들은 전화를 쓰지 못하니 채팅과 메일로 이루어졌다. 일단 3주간의 교육이 시작하는 월요일 전주의 금요일, 입사 전 교육- 이른바 오리엔테이션을 거치면서 기본 개인 정보 및 이력서, 여러 가지 계약서 등을 쓰게 되고, 그 내용을 취합하여 회사 웹하드에 빠르게 입력해야 교육생들의 사내 메일 주소와 내부 계정 등을 IT팀에서 받을 수 있었다. 운영팀과 교육팀이 서로 주고받을 내용이야 많지만, 일단 첫번째로 중요한 것이라면 매일매일 출석을 확인하여 보고하는 일이었다. 완전히 교육을 끝내고 이 회사 사람들이 되기 전까지, 이미 어느 정도 삶의 경험과 기술을 지닌, 머리가 굵은 교육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의 회사를 찾으면 교육 중간에도 '저 다른데로 가요~' 하면서 나가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들었다. 나 역시 잘하리라 믿었던 한 교육생이 쉬는 시간 이후 복귀하지 않고 문자 하나로 '잘 가르쳐주셨는데 죄송하지만, 이 일은 내 적성이 아닌것 같다.' 며 없어져서 빈 자리를 보며 강의했을때의 당혹감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러므로 매일 아침 수업 시작 전에 일단 출석 보고 메일을 보내야 하고, 입사 서류 8종 이상을 순서별로 모아 담당 팀장님께 전해야 하고, 그 외에 하루하루 내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완성했는지, 매일매일 보내고 확인하고 올리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안 그래도 여러 가지 변수가 뻥뻥 터지기 때문에 점점 예기치 않은 일들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는데, 무엇이라도 예상 밖의 일이라도 일어나면, 그 즉시 메일로 '특이사항 보고' 니 '면담록' 이니 하는 내용들을 메일로, 하다못해 전체 채팅방으로도 즉시 공유해야 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교육에 빈틈이 많아 매일매일 출근 전 새벽, 출근 후 저녁 시간 교육자료 붙잡고 씨름할 시간도 부족하니, 행정 업무가 제대로 챙겨질리가 없었고, 그 행정업무에는 중간중간 시험본 학생들의 평가와 전산 설정 등도 포함되었다. 게다가 교육 후 투입 첫 보고 또한 내가 하는 일이라고 하니, 정말 3주 내내 눈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3주간 매일 '까여가며' (사실 굉장히 정중하게 잘 대해주셨다. 나 혼자 스스로 속 달구고 너무 힘들었을뿐.) 전체 그림을 한번 보았으니 조금이라도 나아질 터이다.
3. 예상치 못한 그 외의 변수들 - 나의 부족한 융통성 및 기민성
말을 그럴듯하게 해대고, 늘 여기저기 뛰어다니니 사실 내가 임기응변이 굉장히 뛰어나고 융통성이 뛰어난 사람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그렇게 보였다면, 적어도 몇번씩 경험하여 이미 그 내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알고 있거나, 혹은 나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해결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그럴 터이다. 나 역시 융통성이 없고 둔한 사람이라 상황의 변화에 빨리 대처하지 못하는 이이기에 그런 점에 있어서 당혹스러워 하는 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교육 역시 그러해서, 일단 매일의 출석이 늦고 빠르고 하는 내용도 그렇지만, 어느 기수를 보면 아무래도 서로 다른 성격의 성인들이다보니 별것 아닌 이야기로 부딪혀 싸운다거나, 혹은 위생이 좋지 않다거나(특히 체취..사람 환장한다. 대놓고 얘기도 못하겠고.), 코로나 등으로 갑자기 회사 운영 지침이 바뀌어서 안그래도 병아리같은 교육생들을 인솔할 사람들이 부족하다거나, 정말 세세한 사실들을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나마 두 기수 연속으로 점잖고 활달한 교육생들을 받아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서 두 약점들이 조금씩 극복되면, 나도 경험을 쌓으며 여유가 생길테니 예전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만 그리하고 있다. 하여간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참 3주간 교육, 애는 무지하게 썼는데, 어찌 버텼는지 용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