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부녀육아일지 ㅡ 오랜만의 보고
1. 아비이자 남편이자 아들로서 잘못한 점
ㅡ 매일 네 시에 일어나 다섯시에 출발해서 여섯시까지 도장가고 연습 후 오전 일곱시에서 일곱시반까지 회사 가서 교육 및 행정 업무 마치고 오후 여덟아홉 시에 귀가 반복. 물론 쉬는 날 아내가 올라오지 못하면 내가 바닥까지 닳도록 소은이를 보긴 하지만 사실상 평일의 나의 육아란, 퇴근 후 소은이 넘겨받아 놀아주다 재우고 새벽에 칭얼대는 아이 다시 재우는 일이 거의 전부인 셈. 내 스스로 거의 잠과 끼니를 걸러가며 피폐하도록 살지만 회사와 가정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해 심신이 괴롭던 요즈음이었음.
ㅡ 아버지께서 소은이 어린이집 보내고 자전거 타시다 어지러움증으로 급히 병원으로 이송. 대학병원에서 약 열흘간 각종 검사 끝에 다행히도 큰 병은 아니나 노환으로 인한 귀 관련 질환임이 판명되어 불행중 다행.
ㅡ 전체적으로 아내 없는 집안 구성원들이 모두 고슴도치처럼 되어 예민하고 힘들어질때 아이가 오랜시간 땡깡 고집 부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음. 소은이 자꾸 그러면 엉덩이 맞어! 해서도 이야기 듣지 않고 짜증, 화, 거기에 주먹ㅡ발길질까지 하며 제 의견만 고집하면 마침내 엉덩이 몇 대 이상 치고, 번쩍 안아 제 잠자리까지 무조건 내려놓음.
ㅡ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힘들게 자란 탓에 만약 내가 훈육하게 되면 감정없이 의젓하게 혼내리라 다짐이 무색하게 어느날 퇴근하자마자 아이를 넘겨받아 함께 늦은 목욕을 막 끝내고, 아토피 약 바르고, 옷 입힌 뒤에 제 고집 부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피로와 짜증에 못 이겨 아이를 엎어놓고 엉덩이를 쳤는데, 아뿔싸, 막 목욕을 끝내 아직 물기가 남은 아이의 엉덩이에 옷이 감겨들며 그야말로 조선시대 물볼기마냥 옷과 살이 손에 짝짝 달라붙어 나도 아차 싶었으나, 이미 내 검지손가락에 피멍이 들며 붓기 시작, 다행히도 아이 엉덩이는 어렸을 때 나처럼 멍들지는 않았으나, 몹시 자괴감 들고 괴로웠음. 심지어 잠만 부족했을뿐, 술도 아니 마신 맨정신.
2. 딸내미 잘못한 점
ㅡ. 늘 주로 소은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시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 어느날 딱 한 말씀. 하여간 느그 딸 곤조 대단허다이, 쟈는 대장질 할 애지 절대 쫄자는 안해묵을 것이여. 어머니 말씀인즉, 어린이집을 급히 가다 넘어졌길래 어머니가 급히 일으켜주고 안아주고 무릎을 털어주었더니, 소은이가! 소은이가 할거야!! 라며 기어이 저 넘어졌던 곳에 다시 스스로 넘어진뒤( !) 일어나서 몸을 털었다고 함. 이미 그 전에도 물을 마셔도 저가 열어야 하고, 티비나 불을 꺼도 저가 꺼야하며, 수틀리면 부득불 저가 다시 원상태로 한 뒤 끄고 켜거나 열고 닫기를 반드시 제 손으로 해야하는 강렬한 주체적 고집이 있음. 용변도 결코 예외는 아님.
ㅡ. 말이 많이 늘었음에도 제 마음에 안들면, 아니야! 싫어요! 안해요! 소리 지르며 손발로 타격하는 버릇이 자주 있음. 특히 발로 밀거나 차는 빈도수가 많아 아내가 그래서 애 보는 앞에서 태권도 연습하지 말라지 않았냐며 타박. 아니, 태권도는 손발 다 쓰는건데요ㅜㅜㅜㅜ
3. 아비이자 남편, 아들로서 잘한점.
ㅡ. 맞벌이 주말 부부는 죄다! ㅜㅜ그냥 매사 최선을 다하고 있음 ㅜㅜ
ㅡ. 최근 교육부서 일하면서 훈련은 젖혀두고 회사 업무와 육아 병행이 진심 어렵고, 사이에 끼어 괴로워 아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갈까 진심 고민했었음.
4. 딸내미 잘한 점.
ㅡ 그러나 늘 건강히 똘똘히 잘 크고 있음.
ㅡ. 성깔 부릴 때만 부리고, 평소 마음일때는 매우 대화도 잘 통하고 저 말도 잘하고 애교도 잘 부림.
ㅡ 최근에 드디어 기저귀 떼고 대소변 전부 변기에 보기 시작함.ㅜㅜ큰 감동 ㅜㅜ
이러고 삽니다ㅜ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