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043일차 ㅡ 젊은 사제사매들과 한 시간 맞서기!
인생이란 역시 사소한 내용조차도 한치 앞을 모른다. 모처럼 저녁 훈련 시간, 보고싶던 사범님, 콜라 부사범, 사자매 사형제들과 함께 틀과 보 맞서기 준비나 좀 하다 집에 가렸더니 웬일. 모두.반가워도 해주었지만, 이번 대회 공식 맞서기 장비가 도착했다. 매듭 부분을 교차해서 묶는 발 보호대야 익숙하지만, 엄지손가락 및 네 손가락 끝만을 살짝 넣는 글러브는 평소에 쓰던 권투 글러브와 달리 손을 편안히 감싸주기 보단 정권 형태를 만들기 위해 손을 항상 오므려줘야 하고, 타격 부위가 비교적 얇아서 헤비백을 치는 단련이나 연습용으로는 어울리지 않고 정말로 득점제로 싸우는 태권도식 맞서기에 적합했다. 주먹으로 연타하기 어려우니 발차기도 좀 더 폭넓게 쓸 수 있다. 남녀노소, 심지어 내외국인을 안 가리고 젊은 사제사매들은 장비 크기 맞춰보느라 손발에 끼어보더니 역시 맞서기가 하고 싶은지 다들 한번씩 연습해보고 싶어했다.
어쩌겠냐! 한 시간 동안, 1분씩 쉬어가며 쥬니어반 여학생, 삼각김밥머리 킥복서 해커, 칠레 라이아, 콜라 부사범, 가비, 전부 다 2라운드씩 뛰어줬다. 그동안 혼자서 틀과 보 맞서기를 연습하면서 맞서기 연습도 할수있는데까진 했지만 사람과 실제로 움직여가며 거리 조절 연습 등은 거의 어려웠기에 나는 발가락이 찢어지도록 중심이동과 체력 증진을 위한 연타 연습을 했고, 또한 슨도메 규칙으로 겨루는 고류 가라테를 많이 참고했다. 주먹으로 하는 검도 라는 별칭으로까지 불리는 일부 고류 전통 가라테 유파는, 도쿄 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먼저 일격필살의 타격을 꽂는 자가 이긴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 늘상 팔다리가 짧고 뼈와 관절이 무르며 몸이 둔해 상대와의 거리를 뚫지 못하고 중간거리에서 두들겨 맞아가며 석패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일단 한 방을 맞히는 일이었고, 그 한 방을 맞혀야 비로소 내 거리를 먹고 들어가며 태권도 특유의 연타를 쓸수있기에 나는 고류 가라테의 움직임을 많이 참고하고 따라 연습했다.
젊은 사제사매들은 팔다리도 길고, 힘도 좋고, 활기차서 작은 산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듯 했지만 아직은 자신들의 중심들을 수습하지 못하므로 제대로 팔다리를 뻗거나 올바로 이동하면서 공격, 혹은 방어하지 못한다. 금방 좋아지겠지만, 팔다리를 충분히 뻗으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나아가고 물러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할게다. 실제로 뒤엉켜 싸운다면 내가 당연히 이길수 없겠지만, 이십년간 각종 무공의 기초를 매만지며 세월을 보냈고, 그 중 구 년은 철저히 태권도를 익히며 치고 차고 나아가고 물러남을 배웠다. 정말로 오랜만에 흠뻑 주먹과 발을 주고 받으며 폐가 터지도록 맞서기를 했다. 항상 중심을 낮춰 고정할것, 치고 찰 때 흔들리지 않을 것, 무릎을 높이 들 것, 한 번의 타격을 이룰 때 다른 사지 부위가 질기게 중심을 붙들고 있을 것. 땀흘리지 않으면 알수 없는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