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766일차&번외편 - 몸의 주인이 되는 것.

by Aner병문

데카르트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이원론자다. 그는 몸보다 정신이 우선시 되고, 정신이 근원이며, 몸은 죽고 썩어 없어지지만, 영혼은 불멸하여 신의 곁으로 간다는 맹신을 경멸했다. 그가 보기에 몸과 정신은 우위를 논할 수 없었고, 오히려 동등했으며, 정신이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몸 또한 정신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스피노자처럼 에피쿠로스 학파를 일부 계승한 그의 사상은 의수 의족 등을 만드는 기초가 되었고, 그 유명한 스텔락 교수가 팔에 연골을 배양한 뒤 인공 귀를 만들어 붙인다거나 오른손에 로봇 손을 하나 더 붙이는 행위예술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요컨대 신체의 확장을 통해 사유의 확장을 꾀한다는 것이다. 하기사 인간이 10진법을 쓰는 이유는 손가락이 10개이기 때문이며, 현대 예술의 모든 시각적 구도며 전자화면의 화소, 색상 등 또한 인간이 주로 전면부를 보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물고기처럼 후방까지 보는 360도의 시각을 갖게 되었다면 예술의 발달은 또 달랐을지 모른다. 참고로 함민복 시인은 인간의 손이 10개인 이유는 어머니 뱃속에 있었더 열 달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아, 뼛속까지 낭만적인 나의 강화도 시인이여.




여하튼 신체의 확장을 통한 사유의 확장을 하기 이전에 몸이 건강해야 무얼 하지. 그러므로 늙고 살찌고 둔해진 몸은 시간이 날때마다 채찍질해줘야 한다. 이번 주에는 아내의 생일 선물 일환으로 장모님이 모처럼 휴가를 내시고 올라오기로 하신지라 안 그래도 시간을 낼 일이 더욱 빠듯하였다. 다행히도 이제는 어깨와 발바닥이 덜 아프니 시간 날때마다 내 맘대로 몸을 쓸 수가 있다. 비록 팔굽혀펴기를 한번에 20개씩밖에 못하고, 심지어 주먹쥐고 팔굽혀펴기는 5개만 해도 팔꿈치가 시려와 절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자꾸 늘어지지 않고 몸을 채찍질하고, 식사량도 줄였더니 좌우간 조금 몸의 변화가 보였다. 회사 형님들은, 너 다시 운동하는구나? 하고 어깨를 만지시며, 와, 이게 이렇게 금방 티가 나긴 나네, 하고 신기해하신다. 그러므로 집에서는 아령으로 기초 동작과 주먹 기술 연습을 하고, 풀업밴드로 발차기를 교정하고 힘을 기르며, 어제처럼 아내가 특별히 허락해준 날에는 제아무리 잠 못 자서 피곤해도 부리나케 도장 가서 도복 입고 틀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띠를 매고 도복을 입고 도장에 가서 피곤을 떨치고 훈련하는 것, 거기서부터 모든 무공이 출발한다. 몸에서 잠과 식욕과 게으름이 많이 떨어져나가 정말 다행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