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사는 이야기)

제 1회 ITF 월드게임 다 못한 이야기.

by Aner병문

0. 놀라운 사실.

- 이번 대회에 약 4천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해주셨으며, 항상 자주 오던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폴, 영국, 미국, 러시아, 아르헨띠나 외에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까자흐스탄은 물론이고, 벨기에, 독일, 아프리카, 심지어 콩고, 에티오피아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대륙과 나라에서 선수단을 보냈다. 특히 에티오피아 는 태권도 선수를 보내랬더니 무슨 블랙팬서만 다섯 명을 보냈어;;;; 물론 다 좋은 분들이었다..^^;;;



1. 존경스러운 사실


- 최고령 현역 선수는 아르헨띠나의 칠순 6단 선수... 우리 도장도 존경스러운 강 선생님이 계시지만, 진짜 맞서기 참가하시는지는 몰라도 주섬주섬 칠순의 연세에 글러브랑 레거스까지 차시는거 보고 진짜 깜놀;; 진짜 내가 원하는, 평생 태권도를 하다 늙어오신 모습이라 사진 한 장 안 찍을 수가 없었다. 또한 그동안 맞서기는 서양, 틀은 주로 동양이 우세하다 늘 생각해왔는데, 웬걸, 고단자로 갈수록 동서양 관계없이 모든 나라의 사범님, 사현님들이 다 잘하시는걸 보고 무척 놀랐다. 4단 이상의 고단자들은 주로 연개 틀로 예선을 보았는데, 유튜브에서나 보던, 대충 빠르게 틀을 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한 동작 한 동작이 칼처럼 정확하고, 산처럼 무거웠으며, 각도와 절도가 대단했다. 특히 토요일 아침에 가볍게 몸을 푸시던, 이름모를 젊은 영국 사범님은, 정말 키가 나만하셨는데, 아주 다부지시고, 맞서기도 시연하실 정도로 환상적으로 기술이 압도적이었지만, 그 분의 연개 틀에 진짜 완전 넋이 나가버렸다. 아니, 몸매도 아담하신데 맞서기도 틀도 저렇게 완벽하게 하신단 말이야? 말 그대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따로 없었다. 정말 그 분 성함 꼭 알고 싶었는데 너무너무 안타깝다. 여하튼 진짜 존경할만한 좋은 명선수들을 많이 만났다. 그 유명한 아르헨띠나의 단체 틀 시연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완벽 그 자체. 등장과 퇴장까지 섬세하게 연출하고, 광개, 포은, 계백 을 연달아 보여주셨는데, 국기원 태권도처럼 공중을 붕붕 날며 화려하진 않아도, ITF만의 요체를 보여주어서 역시 명불허전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2. 재미있는 사실

- 다 실제 있었던 일.

- 아침 일찍 연습하고 있는데, 옆쪽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던 국기원 도장 소속 어린 선수들이 흘끔흘끔 보면서 자기네들 젊은 사범님께 큰소리로 질문. '사범님! 저 북한 아저씨(나?!)는 왜 입으로 쉿, 쉿 소리를 내요?!' ITF 특유의 복식 호흡이 궁금했었나 보다. 그 사범님도 제 눈치를 보시면서 '원래 저렇게 해야지 맞는거야! 너희들도 호흡이랑 기합 우렁차게 해야지!' 이때 내가 슬쩍 가서 '야, 거 남조선 어린 동무들 발차기가 아주 기운차구만 기래요~~' 이런 드립쳤으면 역시나 북한태권도 이미지 빼도 박도 못할뻔..^^;; 심지어 어떤 소년은 계속 내 옆에서 얼쩡얼쩡하더니, 갑자기 '헬로!!' 이러더니 막 도망감 ㅋㅋㅋㅋ 그래 하여간 국산처럼은 안 생겼다 그거지?^^;;;



3. 고마운 사실

- 줄검은띠까지 우리 도장에서 열심히 배우고, 일본으로 취업하며 일본 도장으로 넘어간 배우 오대규 씨 닮은 잘생긴 최 상이 무려 일장기를 달고^^;; 오랜만에 한국에서 만났다. 코지 사현님 통역까지 겸하느라 무척 피곤해보였다. 일본 ITF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어깨를 나란히 할정도로 틀과 맞서기에 모두 위세가 대단한 나라다. 일본 도장에서 열심히 연습한 잘생긴 최 상은 어깨도 넓어지고, 살도 많이 빠졌으며, 운명의 장난인지, 도장 차려서 독립한 전직 부사범- 산본 장 사범님과 1회전에 붙어 무려 연장전까지 가는 기염을 토했다. 나 잊지 않고 소은이 먹이라고 피카츄 병아리 과자를 선물해주었다.

- 태권도는 한 형제기 때문에 국기원 소속의 많은 도장에서도 ITF를 백안시하지 않고 도와주었고, 서로 인사도 많이 했다. 묘기 발차기와 발놀림은 정말 국기원 태권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음악에 맞춰 화려한 시연을 보이는 것 또한 국기원 태권도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ITF와 국기원 태권도는 서로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

- 올해도 많은 외국 선수들에게 선물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땡큐, 아리가또 고쟈이마쓰, 씨에씨에, 그라씨아스, 당케 쉔, 메흐씨, 기타 등등..



4. 약간 섬뜩한(?) 사실

- 이번 대회는 사실 정말 틀과 맞서기 양쪽으로 정통한 고수들이 많이 출전했는데, 몇몇 선수들의 석패가 정말 아쉬웠다.

- 특히 앞서 엄청 칭찬한 영국 사범님. 진짜 잘하셨는데 키르기스스탄의 아주 키가 큰 선수와 정말 팔다리 다 써가며 ITF 의 장절한 맞서기를 보여주셨지만 안타깝게 거리를 뚫지 못하고 패배. ㅠㅠ

- 킥복싱과 함께 병행한다는, 맞서기를 아주 잘하는 일본 금발 선수 역시 준결승에서, 키가 큰 우즈베키스탄 선수를 압도하며 잘 진행하다, 거의 끝나가는 막판에 한번 타격을 잘못 허용하여 연달아 얼굴에 정통으로 주먹 연타를 맞았는데, 그대로 개구리처럼 뻗어버림. 다이죠부, 다이죠부! 하며 바로 일어났으니 이미 눈과 다리가 풀려 휘청휘청. 심판은 일단 앉으라며 제지했고, 결국 판을 뒤집지 못하고 패배 ㅠㅠ

- 키가 큰 벨기에 선수는 역시 키가 큰 까자흐스탄 선수(?! 확실치 않음)와 붙었는데, 잘 진행하다가, 갑자기 찍기를 뒤통수를 그대로 맞아서 사지 쭉 뻗으며 바닥에 고꾸라지며 기절. 구급팀 바로 출동하고 글러브랑 풋가드 풀다가 비로소 정신차림. 뒤통수 숨골에 얼음주머니 대어주고 열을 식혔으나 일단 패배했고, 본인이 맞아서 쓰러진 것 기억도 못하는 눈치 ㅠㅠ

- 이래서 어떤 무공이든 항상 연습 열심히 해야하고, 장비도 잘 착용해야 함. 까자흐스탄의 어린 소녀 선수 역시 키가 작았지만 다부지게 생겼는데, 우리 도장 소녀 선수들 포함해서 맞붙은 모든 10대 여성 선수들 전부 다 울려서 경기 포기시켜버림;;; 전부 다 그 소녀보다 키가 큰 상대들이었는데 정면으로 붙어서 조금도 밀리지 않고 팔다리 거리를 뚫고 난타전으로 끌고 들어가서 전부 다 울려버렸음;;;



5. 변하지 않을 사실

- 출전한 모든 국내외 선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만나뵙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