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낯설게 하기와 낯익음.

by Aner병문

철없던 오래 전, 나는 사람이든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무엇이든 세 번은 겪고 판단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귀가 얇고 마음이 굳세지 못해 난삽한 편이긴 하나 그래도 그 말씀 하나는 잘 지키고 살려고 노력한다. 특히 사람을 비롯해 시든 소설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기승전결 서사가 있는 매체에 대해서는 늘 간격을 두어 세 번 이상 접해왔다. 낯익어진 서사를 시간을 두어 다시 낯설게 한 다음 그 속에서 다시 낯익어지는 경험을 할때 처음 겪을때와는 전혀 다르게 읽히거나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서사는 그대로니 시간을 들여 변한 것은 나뿐이다.


다만 역사는 낯선 서사 속에서 낯익음을 찾는 과정이다. 단순히 지금에서는 볼수 없는 낯선 옛 문물들에 대해 경탄하고 넘어간다면 지금 시대에 활용할 여지는 적을 터이다. 시대를 넘어 문자를 없거나 말과 수레를 타거나 서로 다른 인종을 신의 이름으로 박해하던 시절에도 인간은 늘 있어왔다. 어느 시대에나 익숙한 증오와 반목과 협력과 사랑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는 늘 멈추지 않고 흐른다. 헤겔과 맑스와 사마천은 아마 시대와 위치는 달라도 형언할 수 없는 강력한 시대의 힘을 읽어내고 싶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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