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나는 여전히 아내에게 설렌다.

by Aner병문

육회에 대놓고 당당히 곁들이지 못한 고량주가 아쉬워, 아이를 씻기고 입힌 뒤에 반쯤.남은 위스키를 커피에 타서, 가공치즈와 청양마요 먹태에.곁들여 마시다가 전 선생님, 그래 마시다 죽어요, 당장은 안 죽어도 죽는다고요, 라고 너에게 지청구를 들었고, 것봐, 내가 뭐랬어, 술 줄인다더니 작심삼일도 안 갔지? 하고 곽선생도 말을 보태었다. 나는 자주 마시지 않았으며, 작심삼일이라 작심일주 作心一周 였으니 평소 계획했던 작삼삼일 X120번으로 1년을.채우기보다.훨씬 나아졌다 뻗대었다. 그때 아내는 다음날, 즉 오늘 아침 회사를 들렀다 출장길에 올라 일찍 갈지, 아니면 좀 느긋하게 출장길에 오를지 또 고민하고 있었다. 현명하고 무던하고 착한 아내는 가끔 회사 일을 미루고 미루다 주말 다 끝나가서야 월요일이 무서운지 내게 물어보곤.하는데, 지난주에도.안 그러겠다 하고서는 또 일을.미루기에 나도 조금 말의 쐐기를 박았다. 여보는 대체 몇번짼가, 이? 같이 말을 헐라믄 미리미리 얘기를 나눠야 여유롭게 생각하는.것이제, 이게 대체 몇번째여? 당최 나가 자네 혼내고 그러는 사람인가, 어찌 미리미리 말을 못 꺼내냐 말이여. 아내는 큰 키가 무너져라 어깨를 축.떨구면서 내도 아니더(압니다). 근데 어쩌겠니껴? 진짜로 안되는걸 우째야 되냐 말입니데이, 너무 그래 차게 말하지 마시소. 대략 아내의 일을 정리해주고나니 아내는 그래도 남편이 최고라며 같이 누워.히히 웃었다. 장모께서는 생전에 답답한 것들끼리 만나 서로 답답한줄도 모르고 산다며 우리 부부의 둔감함과 더딤이 잘 맞는다 평하신적 있었다. 나는 몸과 눈치는 느린데 성격이 쓸데없이 예민하므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 위해 내 삶의 영역을 줄이고, 할 수 있는것들만 순서를 정해서 할수 있는만큼만 빨리빨리 해버리는데 공을 들였다. 그래서 갑자기 생각이 필요한 낯선 일이 촉박하게 내 삶의 영역에 훅 들어오면, 괜시리 급박해지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아내가 좀 늦게 출근하기로 결정한 오늘, 나는 저녁에 도장을 가므로 모처럼 느지막히 일어난 뒤 처자식의 이부자리를 매만져주고 씻고 출근하였다. 아내는 눈을 부비며 일어나더니 현관까지 웃는 낯으로 배웅해주었다. 잠기운 가득한 얼굴에 길고 큰.눈꼬리가 처져 전통 탈춤의 새색시 탈 같기도 했다. 여보오, 잘 다녀오시소오, 냐암. 웃는.낯으로 예까지 나오는 아내에게.늘 고마웠고 새삼 설레었다. 늘 저도 모자란 주제에, 늘 산과 바다같은 대장부를 말하면서 가끔은 깨진 유릿조각 같은 내 스스로와 사는건 정말 나조차도 쉽지 않다. 아내는 나와 살기 참 귀하고 아까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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