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의 시작과 끝이 쉽지 않았다.
스스로 언성을 높여가며 노골적으로 자신을 대접해달라는 이를 필요 이상으로 경멸하는 편인데, 비겁하게 늘 눈치를 봐야했던 젊은 시절을 스스로 격렬하게 부정하고픈 반동이 아닌가 싶다. 아내 생각을 해서라도 그런 환경을 피하려고 노력하는데, 실은 어제 아내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부드럽고 무던하게 넘기기에 참말 존경스러웠다. 어진 이는 적이 없다더니 꼭 그러하였다. 오늘 아침 비슷한 일이 있어 감정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는데, 그때 아내 생각이 들면서 분노로 하얘지던 머릿속이 번뜩 깨이듯 정신이 들었다. 아내도 그토록 애써주었는데 사서삼경과 태권도교본을 두루 읽은 내가 이깟 한때의 모욕을 못 참는대서야, 하물며 한신의 과하지변의 고사는 젊었을적 내가 가장 즐겨 입에 올리던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상스러운 쌍욕이 난무하는 약 십여분간 침을 꿀꺽 삼키고 기도하며 참았는데, 그때 꼭 내 가슴 속에 찐한 고량주 생으로 시원하게 내려가듯 뜨끈한 기분이 통쾌하게 들었다. 이 것이 마흔을 앞두고 인내의 쾌감인가 싶어 혼자 괜히 곱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