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ITF 1085일차 ㅡ 40대의 숙제

by Aner병문

12월 초순답지 않게 낮 기온이 최고 20도까지 치솟던 오늘 회사의 젊은이들은 반팔과 짧은 치마를 입고 온 이도 있어 이 것이 젊음인가 싶었다. 일찍 입사한 이들 중 왕년의 기획사 연습생들도 몇은 있었다는데, 이들은 민소매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문신을 수놓은 피부를 드러내어 저 것이 젊음이구나 싶기도 했다. 마흔을 앞둔 나도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인데, 어제 내린 비의 여파인지 양 무릎이 깨지도록 호되게 아파 하루종일 절뚝거렸다. 젊음은 갈수록 손에 떠놓은 물처럼 덧없이 새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날 때 연습을 안할 수 없어 도장을 갔다. 사범님과 색깔띠 사제들, 콜라 부사범과 연말 금요일 단촐하지만 알찬 맞서기를.했다. 사범님께서는 내 팔꿈치가 아직도 벌어져서 허리가 주먹을 올바로 던지지 못하고, 상대의 발차기를 허용하기 쉬우며 돌려찌르기ㅡ훅Hook을 칠때도 주먹을 눕혀서 정권의 두 부분이 올바로 찔러치도록 당부하셨다. 기본기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며 맞서기 연습을 할때 나는 내 약점을 여실히 깨달았다. 나는 무엇보다 너무 느리고 둔했다.



내 팔다리가 닿는 거리에서 선제 공격으로 기세를 빼앗거나, 상대가 공격하더라도 단발로 끝나 내가 막거나 피하고 칠 수 있을때 나는 그럭저럭 맞서기를 할수 있었다. 문제는 상대가 나보다 길고 빠른데 연타가 끊이지 않아 내가 파고들 틈이 없을때 나는 정말이지 속수무책, 당해낼 겨를이 없었다. 콜라 부사범의 체력과 기술은 나보다 낫지만, 경험은 내가 앞서니 비슷한 거리에서 치고 받을수 있었고, 새로 오신 녹띠 젊은 아버지는 키가 크고 빨라도 공격이 단발로 끝나고 체력이 약해 내가 얼마든지 치고 빠지면서 복부와 얼굴을 칠 수 있었는데, 약관 십구세 호랑이 소년은 역시 달랐다. 비록 파란띠지만 184cm에 달하는 장신에 아무리 피해도 그의 팔다리가 닿는 거리였고, 막고 치려고 해도 도통 공격이 끊이질 않았다. 나보다 빠른 속도로 손발이 직선으로 계속 들어오는데다 심지어 멀리 떨어졌더니 3회전 돌개차기가 들어와?? 위로도 뛰어보고, 아래로 낮춰 복부도 노려보고, 양옆으로도 빠져보고, 돌면서 뒷차찌르기나 반대돌려차기도 시도해봤지만, 사면초가, 진퇴양난, 곤고수비는 이럴 때 쓰는 말이지. 2-3회전 동안 손발 한번 제대로 못 뻗어보고 당했다.


사범님은 짧게 말씀하셨다. 빨라야 돼, 상대보다 더, 무조건. 머리가 띵한 기분이었다. 태권도는 진중하고 강렬한 타격

기며, 어차피 다 닳은 무릎과 발목으로 잘 뛸수도 없어 묵직한 타격을 치자고 늘 생각해왔는데, 다른 방향을 찾아야되지 싶었다. 사범님은 덧붙이셨다. 상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치고 차, 그러면 당연히 힘이 길러지지. 틀은 느리고 정확히 해야하고. 아, 그 순간 나는 사십대 내가 해야할 과제를 딱 만난 기분이었다. 맞서기는 빠르고 정확하게, 틀은 느리고 정확하게, 정말이지 벅차고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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