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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Jan 18.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아이는 새벽에 한번씩 깬다.

강호동 씨가 현역일때 새벽부터 시작되는 야외 훈련이 너무 싫어서 아침에 비오길 늘 바랐다던가, 또는 일부러 두시 세시쯤에 알람 한번 맞춰놓고서는 그 소리에 깨었다가 좀 더 잘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다시 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소은이도 나중에 어데 선수촌으로 가려는지 제 어미가 없으면 꼭 새벽 한두시 새에 깨어 잠꼬대를 하곤 한다. 뭔 강아지마냥 끼르릉 깨르릉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보통 소은이 거야, 소은이가 할거야! 소은이가 먼저야! 등의 소리를 지르니 커서 뭐가 되려는지 싶다. 하여간 뭐든지 제 손으로 먼저 하려 하고, 지금부터 2년전 처음 간 어린이집에서 먹으라 담아준 쌀과자도, 첫날부터 어색함없이 달려들어 와구와구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니, 하여간 배포 하나는 소심한 제 애비와 다르게 타고났다.



제 아비가 회사갈 준비를 하거나, 혹은 늦은 출근에 아침 유연성 훈련을 할때 가끔 아이는 동 터오는 창 밑에서 자다가 또 깽깽 소리지르며, 아빠아, 무서워요! 할때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웬 좀비 모양 알파벳들이 노래 부르는 영상을 보고 그러려니 했는데, 머리가 굵어지면서 제 나름대로 좋고 싫으며, 밝고 무서운 것이 생기는지, 가끔 어둡거나 조용한 곳에서 찔끔찔끔 겁내는 티를 보인다. 그러면 무엇을 하든, 심지어 회사 가려 신발 신다가도 도로 뛰어들어가 아이 옆에 누워 꼭 안아주는데, 아이의 어깨에 내 뺨을 대고 이마로는 통통한 볼을 느끼면서 한 팔로 몸을 덮어주듯 상체를 눌러주면, 이 조잡한 사내도 아비랍시고 아이는 안심하여 몸을 옥죄던 긴장이 스르르 새어나가면서 도로 잠든다. 그때 아이의 심장은 눈으로 보일듯이 격렬히 펄떡이며 부드러운 가슴팍이 파도처럼 약동하는 새가 보일 정도다.



이제 겨우 세상에 난지 다섯해가 되어가는 아이의 새 몸이 바라는 욕심은 무엇이고, 피하고픈 두려움은 무엇일까? 부모와 자녀는 너무 멀어질수 없도록 아퀴지어진 최초의 타인들이다. 장자가 호수에서 노는 물고기의 즐거움을 부러워할때 명가 名家 의 혜자는 자네가 물고기가 아닌데 지금 물고기가 즐거운지 어찌 아느냐 물었고, 장자는 다시 그렇다면 자네는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고 어찌 장담하느냐 응수한다. 나 역시 커가는 딸의 맥락을 짚을 수 없는 답답할 아비일 터이다. 저 것이 커서 아빠가 뭘 알아! 하며 문 쾅 닫을 미래의 사춘기를 생각하면 벌써 속이 쓰리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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