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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Jan 19.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ITF 1099일차 ㅡ 양 발등이 다 깨져도 맞서기!

늦은 밤, 천자문과 영어를 끄적거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쓰윽 내려오시더니, 야, 느는 안 자고 머더냐, 에미가 공부허라고 얘기헐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만, 마흔 다 되어서 인제사 뭔 공부여? 하시면서 매일 조금씩 쓰고 외우는 일을 자주 보시므로.싫지는 아니하신 모양이었다. 물끄러미 보시다가 야, 뽈찜이 머냐, 하시기에 아따, 엄니가 뽈찜을 모르요? 대구 대그빡 (머리) 양념해서 찐게 뽈찜 아녀. 아, 기여? 그게 그렇게 맛있냐? 어두육미 아니겄소, 나도 따악.한번 먹어봤는디 비싸서 글지 먹기야 좋죠이, 왜 잡숫고 자퍼서? 아녀, 펭택(평택)이모가 사준다고 내일 놀러오더라이, 그래서 소은이 어린이집 데불다 주고 오믄 느그 아부지랑 놀다올라고이. 그려, 잘허셨네, 잘 놀다 오쑈이, 했다가 그때가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넘어가던 자정, 앗차 싶었다. 잉? 그러믄 나 퇴근허고 도장 못 갔다오겄네? 화 목은 도장 평일 자유훈련 시간이라 사범님 대신 나와 콜라 부사범이 보통 사제사매들 도와드리는 날인데, 그래도 육아가 도장보다 우선인건 당연하므로 양해를 구하고 집에 왔다. 참고로 어머니는 뽈찜이 진짜 맛있으셨는지 며느리, 손녀 얼굴이 삼삼하더라며 기어이 큰 접시 하나를 포장해오셨다. 아니, 그러니까 아들은요… ㅜㅜ



그리하여 대신 오늘 오랜만에 평일 저녁 사범님 지도.아래 맞서기를.했다. 콜라 부사범.제외하면 모두 건장한 남자 사제들밖에 없어 콜라 부사범에게는 호구를 입혀주고 낮게 차기까지 포함하여.신나게 치고받았다. ITF 국제 규칙이야 팔꿈치, 무릎 없이 가운데, 높은데, 즉 허리 높이 이상만 치고 찰수 있지만, 사실 평소에는 훨씬 더 다양한 기술을 연습한다. 아무래도 낮게 차게 되면 폴짝거리다 발이 걸리거나, 쓸어차기에 그대로 넘어가게 되므로, 빠르게 움직여도 발바닥이 미끄러지듯 움직여야 한다. 무에타이를 하다온 사제도 있었고, 국기원 태권도의 고단자도 있어 글러브를 낀 주먹은 그렇다쳐도 일부러 발등 보호대를.차지 않은 내 양발등은 퉁퉁 부었다. 심지어 내가 앞차부수기를 찰때 상대방이 뛰어뒤돌려옆차찌르기를 차는 중심과 서로 걸려서 발목이 꺾였지만 그래도 즐겁다. 서로 예상하지 못하는 움직임을 예상하려 애쓰며, 규칙에 따라 치고받는 맞서기는 혼자서 연습하는 틀과는 또다른 박진감과 흥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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