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108일차 ㅡ 해외파들이 다시 들어오고.
오랜만에 도장에 오니 제일 반색하는 이는 역시 콜라 부사범이었다. 실력 좋고 쾌활한 젊은 사매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저녁시간 다 하기엔 무리가 있을 터이다. 나라도 있으면, 낮은 띠 사제사매 몇쯤은 봐줄수도 있고, 무엇보다 사이사이 농담이라도 하니 훨씬 나을게다. 그래서 콜라 부사범님, 그럼 내 개그부터 전수받을려? 하자 매우 정색. 아뇨, 부사범님, 그건 사양할게요, 어, 그래… 역시 엠제트 세대야, 역시…
불가리아에서 파란 띠까지 받은, 젊은 불가리스.사제가 입문했다. 힘이 넘쳐 틀의 모든 동작이 다 위로 뜨긴 했지만, 다리 찢고 위로 올려차는 동작들이 벌써 신체 기능이 남다른 청년임을 알게 했다. 입대문제도 있고 하여 입국 후 지난 주 금요일부터 우리 도장에 왔다는데, 맞서기도 뛰어났다지만 아직 부끄러운지 나와는, 손발을 섞지 않고 틀 연습만 함께 했다.
그러는 새 어데서 많이 본 외국 사내가 쓱 들어왔는데, 맙소사 칠레의 미스터 펠리페 사범님이었다. 나보다 훨씬 어린 이십대 중후반의 나이지만, 단이 훨씬 높은 선배이며 칠레에서 유신관이란 이름을 붙인, 자신의 도장도 이미 운영하고 있다. 근 2년만에 보는지라 어쩐 일인가 했더니 8개월 동안 한국에서 지내며 태권도를 더욱 열심히 하겠단다. 유신관은? 했더니 씩 웃으며 후배 사범님이 맡아 지도한다 했다. 나는 그 나이에 학업도 가게도 모두 실패해서 새벽에는 술 마시며 대학과 성경을 번갈아 읽으며 숨죽여 울고, 어머니 아버지 안 계신 밝은 날에는 산에 올라 짚 감아놓은 나무나 두드리곤 했는데, 돌아가신 거창 최 사범님도 그렇고, 칠레의 부잣집 도령조차도 오로지 자신의 뜻을 위하여 청춘을 낭비하지 않아 나는 부끄러웠다.
최영, 유신, 삼일, 고당, 충장, 의암까지 하고, 어느새 노란띠까지 딴 나이팅게일 사매와 불가리스 사제를 봐주느라 사주찌르기, 막기, 천지, 단군, 도산, 원효, 율곡, 중근까지 하였다. 맞서기 연습을 위하여 2단 승단을 준비하는 민우를 붙잡아다 3라운드.연습했다. 미스터 펠리페는 몇 마디 보태시었다.
ㅡ 너 왜 꼭 막는 것부터 시작하고, 공격하냐?
ㅡ 난 짧으니까ㅜㅜ긴 놈들이 자꾸 먼저 옆차찌르기로 거리 먹으면서 들어오잖어ㅜㅜ버릇됐어ㅜㅜ
ㅡ 이해는 하는데 (옆차찌르기 낮게 차다 갑자기 위로 확.들어올려 차는 연타를 몸소 보여줌, 젊다, 역시ㅜㅜ) 너 이런거 걸리면 바로 얼굴 맞고 작살난다, 그러니까 immediately(강조 ) 차라리 막지 말고 타고들어와서 주먹으로 바로 쳐봐.
안그래도 다리가 긴 상대가 옆차찌르기나 돌려차기로 거리를 먹고 들어오는데에 아주 진력이 난 터라 확실하게 막고 치거나 차는 연습을 하던 중이었는데, 미스터 펠리페는 차라리 막지 말고 피하라는 더 고차원적인 숙제를 주었다. 2년 전보다 많이 늘긴 했지만, 더 다양한 주먹과 발기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아마 거칠기로 소문난 고려인 조선족 고수들이 즐비할 4월 안산 대회 준비 때문일게다ㅜㅜ더 연습해야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