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 - 당대의 중요한 가치를 알 수 있는.
글 그림 우용곡, 감수 전인혁, 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 한빛비즈, 한국, 2022.
성경을 보다보면 어떤 이야기는 이집트 태양신 이야기와도 비슷하네, 또 길가메시 설화와도 비슷하네 하면서 성경이 위작이라는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잠시 기록에 없던 시기는 부처님께서 한창 설법하시던 때와 일치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방랑하시다 부처님께 배운 진리를 변주하여 서양에 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유명한 맨 프럼 어스 Man from Earth 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서 괜히 술도 못 끊은 불민한 교회 집사로서 불민한 내 신앙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종교 이야기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신화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야기이며, 당대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의 인격화가 전승되던 형식이다. '사람 해치지 말고, 물건 훔치지 마!' 라고 직설적으로 전하며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권선징악을 관장하는 신들이 항상 인간을 지켜본다는 이야기 또한 생명력을 오래 갖는다. 외재적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규범을 지키게 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터이다.
작가 우용곡 씨는 현재 군복무 중으로 잠시 연재를 휴재할 정도로 젊은 나이이며, 역사나 동양 문화 분야를 직접 전공한 이도 아니지만, 어렸을때부터 병약한 자신을 돌보기 위해 절과 무가 巫家를 찾아가던 할머니로부터 동양 역사에 관한 관심이 비롯되었다 했으며, 놀랍게도 엘프(!!)와 조선문화를 결합시켜 조선 엘프 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역사에 입문하여, 다양한 복식 고증, 신앙에 이어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잠시 아내와 함께 에코랜드에서 놀 동안 그곳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후다닥 읽었는데, 개성있는 만화체는 둘쨰치고, 전인혁 선생이 감수하고 이원 황사손께서 추천해준 내용 자체가 좋아서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맘편하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하나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