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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Mar 07.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ITF 1112일차.ㅡ 근 열흘만의 유단자 틀 연습

나이 서른에 망가진 몸으로 입문해서, 마흔이 될때까지 손맡에 둔 책이나 술병 열어보듯 태권도와 멀어진 적이 별로 없었다. 무공이 출중하단 뜻은 결코 아니지만, 어쨌든 항시 도장에 가거나 집 안, 혹은 옥상에서라도 내가 할수있는 모든 연습은 다 하며 나이먹었다. 다만 피치 못하게 잠시 멀어진 적이 두 번 있었는데, 처음 한 번은 아직 다 걷어내지 못한 어설픈 청춘의 뒷처리를 하며 첫 직장 일을 하느라 내 스스로 견뎌내지 못해 마음이 많이 아팠을 때였다. 그 때 나는 스스로 부끄러워 도장에 나갈 기력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시기는 길지 않았고, 약을 끊고도 보름만에 드디어 잠은 잤으며, 결국 이겨내잔 생각으로 꾸역꾸역 태권도를 했기에, 태권도는 내 삶의 중심 중 하나가 되었다. 다만 나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바로 일주일만에 심사를 보고 2단을 받았는데,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기에 한동안 쉬어도 되리라 자신했지만, 아이를 키우며 8개월 동안 태권도를 하지 못했을때 내 몸은 물렁하게 부풀었고, 근 오륙년 했던 틀조차 가물가물했다.



어쨌든 만화처럼 매일 훈련하고도 탈나지 않고, 영화처럼 몸.한 번 풀지 않은채 다리를 쫙쫙 휘두를수 있는 이는 현실에 드물 터이다. 십년간 나는 항시 흰 띠 때부터 배우던 사주찌르기 막기부터 시작해 틀을 차곡차곡 쌓아왔고, 권투 배우던 시절 익힌 주먹과 지금의 부족한 발차기를 보완해 끊임없이 연습했지만 사나흘이라도 소홀히 하면 다리 높이는 당장에 낮아지고, 손끝은 물렁해지며, 틀의 연무선이 헷갈린다. 지난 주 연휴 동안 처자식 아침잠 잘 때에 삼일 틀이며 유신, 최영 틀의 동작이 그새 헷갈려 나는 충격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유단자 틀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팔굽혀펴기를 번갈아가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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