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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Mar 07.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세상이 어지럽지 않을때가 있을까.

형은 인간을 사랑하여 태양신 아폴론의 마차에서 불씨를 훔쳐내어 역사를 발전시킨 선구자였지만, 그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썩 뛰어난 인물이 아니었다 했다. 제 아비의 다리 사이를 자르고, 숙부뻘인 거인족 티탄들을 계곡에 가두어 왕이 된 제우스는 총명한 프로메테우스가 더 많은 신의 문물을 훔쳐내어 인간들을 잘나게 할까 겁이 났고, 그래서 어여쁘지만 허영 많은 여인 판도라에게 열어서는 안될 상자를 선물이랍시고 딸려보내 에피메테우스에게 시집 보낸다. 그때 형은 이미 절벽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생으로 간을 쪼여 먹히는 형벌을 받고 있었는데, 판도라가 어지간히도 이뻤는지, 아둔한 아우는 덥석 장가를 간다. 그리고 알다시피 판도라는 상자를 열고, 그 안에 쟁여진.온갖 악덕들이 세상에 판치게 된다. 가장 마지막에 남은 희망이 말 그대로 희망이랍시고 뒤늦게 나와 애써야하기에 더욱 애잔하다.



여당 야당할 것없이 의원들을 헤쳐모여 하듯 저가 우두머리가 될 당을 짜느라 그야말로 동호회 만들듯 저들끼리 논다. 민주화의 성지라는 호남의 오래된 도시에서 새 당을 만들든, 상인들이 애용했다는 단종된 트럭을 타고 전통시장을 돌든, 나라 최고의 교육기관 교수직을 내려놓고 제 이름 딴 당을 만들든, 그들의 가슴에 든 것이 협 俠 이 맞는지 알 수 없다. 늘 보이는 모습은 정권을 잡고자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으려는  리 利 뿐이다. 그러니 신뢰가 가지 않는다.


안그래도 힘든데, 돼먹지 못한 죄들이 판친다. 조금이라도 아는 이는 모르는 이를 속여 빼앗고, 힘이 센 이는 약한 이를 때려 덮치고, 사랑한다면서 가둬죽이고 미우면 대놓고 죽인다. 나이 많은 이는 나이 적은 이를 약과 도박, 성적 노리개로 꾀어 삶을 망쳐놓고, 나이 적은 이는 벌받는 나이 아니라며

대놓고 개처럼 덤빈다. 속세에 휘어진 부모는 배우자와 자녀에게 화풀이를 하고, 속세에 찌든 부모는 빚을 내서라도

자녀의 출세에 혈안이 된다. 아내와 나는 둘째를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미 있는 소은이의 건강 외에도, 학교폭력, 성범죄, 마약, 도박, 성적 갈등 등 다양한 걱정을 대비하며 키워야한다.



장담컨대 세상이 망하지 않는 한, 기본에 충실한 이들이 촉망받는 시대가 올게다. 밝고, 정중하고, 인사 잘하고, 밥 잘 먹고, 청결하고, 제 머문 곳 치울 줄 알고, 나눠먹고, 안부 전할 줄 아는, 따뜻하고 구김살없는 호걸협객의 시대가 올거다. 물론 톡톡 튀는 천재들이 시대를 앞서 역사를 끄는 때가 있지만, 그 외의 세상을 매일매일 유지토록 지탱하는 이들은 평범하게 먹고 사는 장삼이사, 갑남을녀, 필부필부 소시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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