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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Mar 12.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어깨랑 발목, 무릎이 끊어질것.같다.

닳아버린 인대를 긁어내고, 벌어진 간격을 꿰매어붙이고 못까지 땅땅 박아 고정시킨 왼발목보다도, 오히려 요즘엔 양 어깨와 무릎이 더 아프다. 주짓수 연습을 하거나, 레슬링, 유도 세미나 등을 들을 때 나는 스스로 겁내서 더욱 둔해지고 약해진 왼발목을 잡아채이기 싫어서 발목 삔 늙은 개마냥 자꾸 중심이 기울어져 틀어진 자세로 물러났다. 그 버릇은 지금도 완전히 고치질 못해서 ITF 태권도는 오소독스, 사우스포 고정하기보다 쌍칼잡이 자세, 즉 언제 어디서든 손발을 내밀어 칠 수 있도록 양손양발을 겸하는 자세를 권하고 있긴 하지만, 나는 마치 절권도마냥 오른손발을 주로 앞에 내민다. 돌아가신 이소룡이 칼을 앞에 두듯 가장 빠르고 강한 손발을 앞에 놓는다.했는데, 내 왼발은 딱할 정도로 늦고 약해서 웬만하면 쓰지 않는.버릇이 생겨버렸다. 내 상대는 자신의 오른쪽은 덜 방어해도 되니 편할 터이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고쳐야할 과제 중 하나다.



일을 끝내고 돌아와 도장이든 집이든 훈련을 하고, 땀을 씻고 아이랑 좀 놀다 재우고, 늦은 밤에서야 오래된 책을 읽든 외국어를.쓰든 뭐든 허영을 채우다 잔다. 그나마 술 마시며 쓰고 읽던 버릇은 많이 버렸다. 취한 채로 읽고 쓰는 경우는 있다. 그러므로 누웠을때 닳고 무너져 망가져가는 연약한 몸뚱이 위에 자정께의 어둠이 덮칠 때, 나는 직장인으로서, 아비로서, 검은띠를 맨 유단자로서, 이름뿐인 부사범일 망정, 공부를 그만둔 반거챙이 처사 로서, 그나마 제대로 살고 있는지 늘 알수없어 겁이 났다. 아내는 나더러 매일매일 반복하며 부지런하다지만, 실상은 내 스스로 알수없는 압박에 겁이 나서 여전히 손에서 놓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새벽 네시쯤 잔비가 내렸고, 내 관절에는 무쇠처럼 부딪히는지, 나는 무릎과 어깨에 구멍이 뚫린듯 아파서 헉 하고 입을 벌린 채 깨었다. 냉장고 속 위스키들을 치워두길 잘하였다. 소은이도 덩달아 깨어서 아빠아, 같이 누워요, 한 베개에 나란히 머리를 대고 누웠다. 아이 배와 가슴에 손을 올려두고 한동안 누워있었다. 바깥의 빗소리가 내 어깨와 무릎을 곧게 찔러 땅에까지 꿰는듯했는데, 손맡의 심장 고동은 북처럼 쿵.쿵.큰데도 아프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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