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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Mar 19.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야밤에 괜히 설렁설렁 책 읽다가,

그러므로 베르그송은, 시간이란 물리적이지 않고, 단지 기억의 지속일뿐이라 했다.  하루가 길었다면, 그만큼 순간들을 기억할 여유가 많았다는거다. 한 해를 반추하면, 짧다. 한 해 사이의 기억들이 세세히 남지 않았기에 우리는 늘 출퇴근하고, 애 보는 일상을 떠올린다. 그 사이에 얇게 끼어있는 휴가나 다른 짧은 사건들을 생각하며, 아, 그때 좋았지, 근데 짧았어, 라고 회상할수도 있다. 실제로도 짧았겠지만,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으리만큼 충실하게 황홀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짐작할 수도 있다.



왜 정지용 시인은 혼자 유리창을 닦는일이 외롭고 황홀한 심사라 했을까. 그는 아마 유리창을 건너 바깥을 보았을수도 있으나 비친 자신을 보았을수 있다. 그가 본 스스로는 어떤 기억들의 뭉침이었을까. 나는 도장에서 훈련 후 왜 몸을 씻은 뒤에도 날뛰는 신경을 잠재우지 못해, 이해도 못할 어려운 글에 밑줄을 긋고 있을까. 이는 내게 어떤 기억으로 지속될까. 남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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