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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Apr 09.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ITF 1121일차.ㅡ 칠레 애들이 사람잡네ㅜ

어머니 아버지께서 내일부터 한달간 매해 하시던 제주살이를 시작하시면서, 나는 출퇴근 전후로 여동생, 아내와 함께 애 보기도 정신없을 예정이므로 당분간은 오늘이 도장 마지막이었다. 다행히도 날이 풀려 훈련이야 새벽 야밤을 막론하고 옥상도장에서 발바닥 찢어지도록 연습하면 되지만, 사제사매들과 어울리며 특히 맞서기 연습을 못하는건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은 끝 시간까지 도장을 지키며 가능한 많은걸 모자라나마 알려주고 연습하고 왔다.



이번 주말은 안산대회가 있는 날이라, 미스터 펠리페와 가비를 필두로 맞서기 연습을 많이 했다. 안산대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끼리 돌면서 끊임없이 치고 받았는데, 제자리걸음을 하는 나와 달리 다들 많이 늘었다. 특히 나는 아무 장비없이 맨몸으로 자꾸 덤벼드는 젊은 가비를 상대하기 어려워서 쩔쩔 맸다. 아니, 다 큰 아가씨가 호구도 없이 막 치고 들어오는데, 실력 차를 떠나서 얼굴도 못 치겠고, 배 때리기도 쉽지 않고, 이걸 어째. 계속 돌아 피하거나 막아도 한계가 있어 미스터 펠리페가 손수 보여주셨는데. 오오, 그야말로 서양식 맞서기의 진수. 전후좌우 가볍게 종횡무진하면서 살짝 주먹 발을 던져 공격을 끊어만 주셨다가, 중심을 낮춰서 낮은 공격을 하도록 꾀다가도 위로 느닷없이 후려서 멈추게 하거나, 하여간 꼭 가까이서 치고받지 않아도 얼마든지 짧은 거리에서도 공격

자체를 흘리면서 안 다치고, 안 닿고 연습하는 방법이 있었다.


모처럼 땀을 쭉 빼고 유연성 훈련하고 장비 정리하는데 가비와 미스터 펠리페가, 아르헨띠나 빼고, 콜라 부사범님이랑 대머리 부사범님은 남미 어디든 가면 챔피언에요, 챔피언. 했다. 콜라 부사범은 몰라도, 남미의 남녀노소 실력을 내가 아는데, 그럴리가 있을까만서도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그동안 상대의 공격을 대각선으로 흘리고 주먹으로.바로 꽂으며 거리를 좁히는 훈련을 충실히 해서인지, 미스터 펠리페는 흡족해하셨다. 너 좋은 파이터야, You are very good fig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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