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번외편 - 자세(3) : 내 스스로 깨치는 것.

by Aner병문

어린 나와 중국고전과의 첫 만남은, 뭐니뭐니해도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된 어머니의 천자문 강습, 어린이 동몽선습, 쉽게 읽는 만화 논어, 불후의 명작 오원석 화백의 따개비 한문숙어를 지나(소은이 읽히려고 개정판 샀다.) 대만의 채지충 화백의 중국고전 55권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내 십대 시절, 조중동 소위 3대.일간지의 하단에는 채지충 55권 고전 만화와 요코야마 미쓰테루 원작의 만화 삼국지 66권, 그리고 백범일지 완역본 광고가 항시 있었다. 한때 내 지하서재에 채지충.55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돌아가신 동네의 옛 주당께서 지하실에 물을 가득 틀어놓는.바람에 모두 젖어 못쓰게 되어버려 아쉽다. 어쨌든 훗날 대학교에서 원전을 접하여 전문공부의 맛이나 볼 때까지 채지충 만화고전은 내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서울대 선정 인문만화 전집과 더불어 학습만화의 양대산맥이라 꼽길 주저하지 않는다.



상허 이태준 선생의 수연산방, 북촌의 유기농 매장, 인사동의 밥집, 어딜가나 교회나 사찰은 없는곳이 없었지만 내가 일했던 곳 중 저 세 곳은 다양한 성직자들을 많이.뵈었고, 특히 북촌, 인사동 근방은 조계종 본원이 근방이라 스님들이 많았다. 나는 육조단경을.읽으면서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던 간화선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고양이 한 마리를 두고 다투던

스님들 사이에서 돌연 신발을 벗어 제 머리에 얹고나간 조주선사의 이야기와. 누가 무엇을 묻든 엄지를 세워보이던 스승 구지 스님을 따라, 그가 부재중일때 어느 신도가 선 禪이 무엇이냐 묻자 동자승은 아무것도 모르고 엄지를 세워보였고, 나중에 그를 알게된 구지 스님은 대노하여 엄지를 잘라버리는데, 엉엉 울며 돌아서는 제자에게 느닷없이 제자야, 선이 무엇이더냐! 할때 제자는 자신도.모르게 잘려없는.엄지손가락을 내밀었고, 스승도 동시에 자신의 엄지를 내미는 그 순간 깨달았다는 이야기였다. 조주선사의 이야기는 발로 신는 신을 머리 위에 얹었고, 구지 스님의 이야기는 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손가락의 외형과 상관없이 의지를 가지고 내밀었으니, 결국 중요한건 본질이라는 건가,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만나뵙는 스님마다 귀찮으리만치 반드시 한번씩은 이 이야기를 여쭈었지만 아무도 내게 답해주지 않으셨다.

다들 인자하게 웃으시며, 선생님께서 직접 고민하시고 답을 찾으셔야지요, 하시거나 심지어 반농반진으로, 그러지 마시고 정식으로 출가해서 공부하시지요, 하면 잘하시겠는데, 이미 머리는 좀 준비되신거 같은데, 하며 권하는 분도 있었다.



쉽게 얻은 답은 내 답이 되지 않는다. 신회 스님도 젊은 날 쉽게 답을 알려주지 않는 스승을 때리기까지 했으나, 울력 運力 을 하시다 무심코 뒤로 던진 기왓장이 대나무를 때리는 청명한 소리에 깨달음을 얻어 쉽게 답을 주지 않았던 스승이 그리워 울었다 했다. 인생의 답도, 공부의 답도 얻을수 없는 청춘에 나는 내 스스로를 포함하여 주변에게도 무례하게 상처주며 살았다. 그러므로 이십대.내 몸에 밴 기술들은 정확한 자세이기보다 오로지 상대를 후려치고 넘어뜨리고 쓰러뜨리기에 바빴는데, 일례로 발차기조차 나는 길게 후리려고 킥복싱이나 무에타이처럼 크게 호선을 돌려찼지만, 다리가 짧아 정강이보다는 발등으로 많이 찼다. 젊었을때는 내 체형에 맞는 개량이라 생각했지만, 궁여지책은 궁여지책일뿐이다. 상황에 따라 그렇게 차는 법이 없진 않지만, 항상 그렇게 차면 내 몸에도 부담이 간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삼사십분, 낱기술 그 중 발차기들을

집중해서 연습했다. 몸을 꼼꼼히 풀었고, 낮게, 가운데, 높게, 양옆으로, 앞으로, 뒤로, 앞차부수기, 돌려차기, 올려차기, 곡괭이차기, 옆차찌르기, 비틀어차기, 뒤돌아옆차찌르기, 반대돌려차기 등을 충분히 연습했다. 가능한 상체를 눕히지 않고 높게 돌려차는 방법은 첫째, 부드럽게 버팀발이 끝까지 뒤로 돌아가야 한다, 둘째, 무릎이 높게 들려야한다, 셋째, 발을 찰 때 무릎 안쪽과 골반이 안으로 부드럽게 돌아가야 한다, 넷째, 차는 동작이 흔들리지 않게 버텨줘야 한다, 다섯째, 찰때 살짝 상체가 뒤로 기울어지듯 넘겨봐야하며, 동시에 마치 자를 당겼다가 튕겨 때리듯, 상체의 허리도 탄력있게 구부러졌다 펴져야한다. 서른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들어왔던

이야기지만 이제서야 겨우 조금씩 몸에 맺어 꽃피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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