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철학입문 ㅡ 서양철학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전통 일본 가라테계의 귀공자라 불리는 나카 타츠야 7단은 벌써 나이 60세이지만, 중후한 외모의 신사로, 평생 가라테에 매진한 고수시다. 실제로 만나뵙거나 세미나를 들어본 적은 없으나 유튜브 쿠로오비 kuro obi黑帶 (검은 띠) 시리즈를 통해 접하였다. 오키나와식 옛날 가라테를 비롯한 다른 유파의 가라테뿐 아니라 권투나 주짓수, 절권도, 팔괘장 등 다양한 무공의 고수들과 교류하는, 아주 좋은 영상들이라 내게는 무공의 견식뿐.아니라 영어 자막 덕분에 조금이라도 도장에서 쓸만한 영어를 배우는 계기가 된다. 워낙 미남이시기도 해서, 젊으셨을 때는 쿠로오비, 가라테 걸 등의 가라테 홍보 영화에서 주역을 맡아, 고류 가라테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그러나 그의 원래 주특기는 카타kata 形 즉, 태권도의 품새나 틀처럼 전래된 기술들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풀이하고 사용할지 연구하는데에 있다고 했다. 가끔 그 분의 카타 동작 해석을 보며 태권도도 능히 그렇겠구나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꼭 가라테뿐 아니라, 여러 중국 권법의 투로도 그렇고, 가라테로부터 영향받은 태권도의 틀이나 품새 또한, 공격에 쓰는 손발의 동작은 알겠는데, 반대 손발의 목적, 혹은 쌍팔굽찌르기나 거듭차기마냥 동작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기술들도 종종 있다. 이를테면 고류 아이키도의 고풍스러운 관절기 동작들도 왜 저렇게 손을 휘둘러야만 싶기도 한데, 알고보면 아이키도는 본디 칼 든 무사의 검을 빼앗거나, 혹은 내 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칼자루를 움켜잡는 동작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시범을 봐야 비로소 납득된다. 마찬가지로 태권도의 비틀어차기나 걸쳐차기, 중지주먹 찌르기 등도 실제 용도를 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케임브리지의 희랍 철학 선생이셨던 미스터 윌리엄 거스리나 그를 번역하신 박종현 선생 역시 비슷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역자께서는, 동양철학은 공맹퇴율 하면서 고전을 중시 여기지만 서양철학은 플라톤이니 소크라테스니 하는 고전을 멀리 하고 현대 저서만 중시한다고 했다. 미스터 거스리 역시 희랍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절의 다양한 언어 용도 및 배경을 먼저 배워야 하고, 사변적이거나 과학적일수 있는 철학의 면모, 혹은 실천윤리적일 수 있는 철학의 면모를 모두 아우를 줄 알아야 된다고 했다.
나는 학교에 입학하여 전공인 유학 儒學에 오히려 막연히 비판적 입장이었지만 그렇다고 서양철학을 잘 아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무작스럽게 읽고 아무 강의나 막 들어갔다. 이딸리아에서 오래 유학하신 송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좀처럼 뵙기 힘든, 멋쟁이 유럽 신사셨는데, 한 학기 동안 그 분의 현학적이면서 유쾌한 강의가 좋아서 그때의 교재였던 이 책을 아직 버리지 않고 갖고 있다. 무공 역시 옛 움직임을 배우고 익혀 현대에 새로이 전하듯 철학도 그러하다. 얇은 책이니까 가능한 빨리 읽어야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