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유성, 주연 정지훈, 강소라 외, 자전차왕 엄복동, 한국 2019
그날따라 유독 잠투정이 심하던 딸을 어르다가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다 잊어도 좋으니 엄복동만은 기억해달라던 주연 배우의 주정이 말 그대로 실현되어 엄복동만큼은 잊을 수가 없게 된 영화. 천하의 이범수조차 살릴 수가 없어 전무후무한 자문감독까지 불러다 끝내 완성해야 했던 영화. 전국 17만명 관객 동원의 신화이자 그 유명한 부기영화에서도 비판 연속이었던 영화. 궁금하긴 했어도, 돈은 둘째치고 데이터와 시간을 들여서도 보고 싶지가 않은 탓에 잘 되었다 싶었다. 물론 아내께서는, 아이고, 재미도 없는 망작을 뭐하러 그래 보십니까, 하고 자리를 떠버리시었다.
결론은, 이 영화는 뭐랄까, 애초에 부기영화에서 지적한 연출이나 인물 설정, 소품 사용법 등의 세부적인 사항을 말하기 이전에 아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도대체 감조차 오지 않는 희한한 영화였다. 촌스러운 연출이며 대사, 부끄럽도록 작위적인 연기, 난삽한 장면 배치, 다 두 번째의 문제다. 도대체 이 영화에서 엄복동은 왜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타는 일이 왜 독립 운동으로 연결되며, 엄복동은 왜 갑자기 말도 안되게 여성 독립군과 썸을 타며, 언제부터 엄복동이 늠름한 대한의 건아로서 사람들의 애정을 받게 되었는지, 단 하나의 설명도 없이, 그저 '그럴 거 같은 장면' 만 계속 배치해놓은 활동 사진극 같았다. 이쯤 되면 사실 영화의 완성도를 논하기 이전에, 편집 전의 감독의 의도나 대본부터 봐야할 지경이었다.
주연인 정지훈도 비록 영화에 대한 이해도는 전혀 없었어도, 닌자 어쌔신에서 몸에 맞춤한 배역을 맡아 그럴듯한 연기력을 보였고, 그 외에 조연이었던 강소라, 이범수, 이원종, 이경영 등의 배우의 연기력과 관록도 처참하게 무시당하는 영화였다. 다만 이시언 배우는 확실히 연예 프로그램에 나오시기 이전에 연기력을 좀 더 갈고 닦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영화배우로서 보기는 처음인데, 여지껏 연예 프로그램에서의 모습을 보고, 아, 이 사람도 연기력을 갖춘 감초조연이신가 보다 생각했었다. 참, 매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스스로 선입견을 만들어버리었다.
하여간 난삽스럽고 어지럽고 재미없고 지루하여 꺼버리었다. 요즘 통 재미있는 영화 보기가 어렵다. 다행히도 회사의 두루미 누나께서 넷플릭스 아이디를 바나나 우유 2개에 공유해주셔서 볼 영화가 생기긴 하였다. 다만 시간이 없다. 마음의 여유도 없다. 단지 아이를 얼르면서 읽는 세계사 편력과 천룡팔부 만이 현재는 낙이 되었다. 아, 근데 소봉은 너무 불쌍하고 단예는 너무 짜증나고 허죽은 너무 답답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