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 주경야련(晝耕夜鍊) 근근공부(僅僅工夫)
우연찮게 본 TV 광고 내용이 낯설다. 듬직한 남학생이 퀭한 눈으로 밤낮을 가리지 아니하고 읽고 쓰는 가운데, 부모님은 양 옆에서 연필과 문제집을 대주고, 약을 달이는 등 응원을 해주신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공부를 이렇게 미련하게 해야 하냐고 보는 이들에게 반문한다. 이어서 화면이 넘어가며 태블릿 PC 하나로 깔끔하게 인터넷 강의를 보고 메모 앱에 내용을 정리하는 모습이 나온다. 즉, 이제 더이상 옛날 식으로 읽고 써가며 공부하는 세월은 지났다는 내용인가 보다. 하기사 내가 학교 다닐때에도 말이 많았던 PPT를 이용한 조별활동이 이제 아주 대학의 학습과정, 아니, 그보다는 취업을 위한 전초전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로부터 한자를 배울 때 손가락이 패이도록 늘 써가며 외웠고, 대학에서 기초를 잡을 때도 역시 공부는 우직하고 미련하게 해야 한다고 배웠다. 우공이산- 노인은 비록 미련하나 대를 이어 뜨는 삽은 분명 산을 옮길 수 있을 터이다. 그러므로 남들이 뭐라건 나는 항상 공부하는 책을 사다가, 해마다 밑줄쳐가며 책을 더럽게 보는 모습을 자랑하였고, 문장이 덜 익는다며 쓸데없이 고집부려 지금도 PPT는 전혀 할 줄 모른다. 세조 때 김수온 역시 책을 찢어가며 외우는 버릇이 있었다 하는데, 그 유명한 신숙주도 김수온에게만큼은 자신의 애서를 빌려주길 꺼려야할 정도였다고 했던가. 여하튼 이진경 선생의 책을 너와 함께 읽을 때도, 너의 책은 늘 가지런히 깨끗했지만, 구겨지고 접히고 밑줄에 쫙쫙 긁힌 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으악, 비명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하며 너는 앙증맞은 손으로 귀를 막곤 했었다.
우직하고 미련하게 공부하는 태도라고 한다면 역시 형설지공의 고사를 빼놓을 수 없다. 낮에는 일을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던 청년들은 예나 지금이나 많아서, 진나라 때의 차윤이 반딧불을 잡아 불을 밝히고, 손강은 눈에 반사된 달빛을 이용하여 책을 읽어 출세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아프리카 기니에서는 지금도 야간 비행을 보조하는 공항의 불빛에 비춰 책을 읽는 학생들이 있다니 공부하는 자의 정신과 기개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를 잇는 모양이다. 그러므로 그보다 훨씬 못한 나 역시 주경야련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나는 다행히도 반딧불을 모을 정도로 전기가 부족하진 않으므로(실제로 실험해보니 반딧불이는 책을 비출 정도로 밝지 않고 밀폐된 공간에서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등불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단지 시간을 내고 활력을 모으기가 어려울 뿐이다.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낮에 벌이를 하는 것은 심히 당연하므로, 나는 밤이 어두워서야 닌자처럼 휴대용 등을 밝히고, 아이가 잠들어 잠시 조용한 밤에, 집에서 조용히 무공의 기초를 다시 연습한다. 그러므로 주경야독이 아닌, 주경야련이 되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그리고 짬을 내어 영어 공부와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아이를 어르며 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읽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었다. 그야말로 근근이 읽고 쓰고 들으므로, 근근공부다.
팔굽혀펴기 25회 * 7쎗트
복근 단련 최대 횟수 * 3쎗트
누워서 다리 교차 최대 횟수 * 3쎗트
벽잡고 발차기 연습 좌우 30회 *2쎗트
가벼운 섀도우 30분
스쿼트 200개
플랭크 1분 * 2회
스트렛칭
몸은 여전히 살찌고 둔하기 짝이 없다. 천천히 시작해서 아이가 걸을 떄쯤은 다시 도장에 가기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만 몸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