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사는 이야기)

육아는 이제 시작일뿐인데...ㅋㅋ

by Aner병문

아직까지 아이의 잠드는 시간과 깨는 시간은 구별되지 않았고, 예상할 수 없었다. 먹는 양도 제각각이라 어떤 날은 100CC를 먹고도 더 달라 칭얼거리는가 하면, 제 어미 젖을 물고 빠는 시늉만 하다 잠들기도 일쑤였다. 많이 먹으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길게 자므로 낫지만, 적게 먹으면 금방 깨어 바동거리며 밥을 더 달라고 보채었다. 아이는 전체적으로 순한 편이었으나, 잠들기가 무섭게 늘 방귀나 대변으로 용을 쓰는 일이 잦았고, 아직 몸을 쓰는 일이 익숙치 아니하여 금방 깨곤 했다. 다 큰 어른도 단잠을 깨면 짜증이 솟구치는데, 아직 덜 된 아기는 그보다 더할 터이다. 그러므로 한달하고도 3일 된 딸은, 항상 안아달라고 칭얼거리고, 귀청이 찢어지도록 날카롭게 울었다. 그나마 낮밤이 정해져서, 밤에는 서너 시간이라도 길게 자주어 다행이라지만, 덕분에 낮에 혼자 있는 아내의 고충은 더욱 심해지었다. 나는 다행히도 아침 5시에 출근하여 집에 오후 여섯 시 이전에는 들어올 수 있게 되었는데, 볼살이 쑥 빠진 얼굴로 아이를 안은 채 아이고, 오셨으예.. 말끝을 힘없이 떨어뜨리는, 나보다 키가 훨씬 큰 아내의 모습을 보자면 안쓰럽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나마 그 동안은 어머니가 오셔서 나와 교대해주셨지만, 오늘부터는 어머니도 쉬셔야하고 그럴 일이 없으므로, 홀로 낮을 보내야 하는 아내의 고충은 더할 것이다. 아기 빨래며 집기 소독, 아내의 식사 등, 자질구레한 일도 챙길 것이 많아, 과연 아닌게 아니라 은근히 성가시던 조리원도, 이제 보니 천국이었고, 그 돈도 그닥 비싼게 아니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아내는 출산 전부터 인터넷으로 아기 용품을 이것저것 구해왔다. 당근마켓이라던가, 비슷한 나잇대의 젊은 엄마들이 서로 물건을 공유하거나 싸게 파는 앱이 있어서, 아내가 퇴근길에 어디 가서 무엇을 받아오라 하면, 나는 군소리없이 나가서, 역시 내 또래의 젊은 남편이 머쓱하게 건네주는 물건을 받아가지고 왔다. 만삭의 아내는 가끔 기분전환삼아 본인이 운전하여 물건을 받아오기도 했다. 그 중 아내가 제일로 치는 물건은, 아기 침대나 유축기, 우주복(아이의 모로반사를 막기 위해 몸을 둘둘 싸는 속싸개 대신, 우주복처럼 통째로 몸에 입히는 커버올coverall 형태의 옷)처럼 필수적인 물건을 제외하면, 다름아닌 무드등이라고도 불리는 수유등이었다. 그 옛날 접이식 수채화 물통처럼 등의 몸통이 주름진 펌프형으로 되어 있는데, 호떡처럼 납작한 원판 상태에서도 불을 켤 수 있지만, 아래로 살짝 당겨주면, 앞서 말한 물통처럼 드르륵 길어지며, 마치 사신 행차 앞세우는 등불인양 주변을 제법 환히 밝힌다. 아내는 아이의 낮밤을 빨리 구별시켜야 한다고 못 박았고 , 그래서 아기를 씻긴 뒤, 밥을 먹이고, 아내의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항상 불을 끄고 수유등을 켜는게 일상화되었다. 아침 5시에 출근하는 나는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수면 시간을 정했으므로, 아내가 잠시 올라가 눈을 붙이는 사이, 나는 목욕 후 배를 채운 채 잠을 자는 아이를 보며 책을 읽고, 기본 훈련을 하기는 개뿔... 책이라도 몇 줄 읽으면 다행이고, 퇴근하고 오자마자 장 보고 아이 씻기고, 밀린 빨래하고, 청소하고, 식사 챙기고, 설거지하다보면 진이 빠져서 나도 그만 드러누워버리기가 일쑤다. 참, 부모되는게 이리도 쉽지 아니하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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