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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어제의 풍류

by Aner병문

벌써 몇 주째인지 모르겠는데, 소은이 아프고, 주말 출근, 휴가 일정 등으로 주일예배를 몇 주째 못 가고 있다. 어머니 아버지는 주말 출근한 남편 대신해서 예배보고 애 보는 며느리 안쓰럽다고 밖에 나가 복어를 사주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래도 메누리가 느 생각은 엄청 헌다, 야, 너 먹을거 있어야 한다고 복어를 기어이 싸오더라이, 하셨고, 어머니는, 느그들은 날랑새마냥 머 장보믄서까지 부부 티를 내고 그르냐? 어쩜 그래 금슬이 좋냐고 다 그러더라이, 낯부끄럽긴 해도 기분은 좋더라만은.


느지막히 퇴근하여 돌아오니 아내는 나 좋아하는 복어 껍질 초무침, 말이초밥과 청어구이, 복 튀김을 차려놓고, 맑은탕을

데우고 있었다. 나는 옛 제자분이 선물해주신 작은 술잔에, 몰래 숨겨둔 조니워커를 따르고, 아내가 챙겨준 안주에 막 한 잔 마시려던 차였다. 소은이가 갑자기, 내가 아빠 먹여주고 찌픈데… 하더니 아빠, 기다려봐! 하고는 제 포크를 가져와 청어를 콕 찍어 내 입에 갖다대었다. 물론 그 전에 아빠, 생선 까시, 까시 없게 해주세요! 라며 나더러 발라달라긴 했지만, 아이고, 내 새끼, 언제 이리 컸누ㅜㅜ 그냥 집 김치에 좋은 술 한 병 갖다두고, 소은이 재롱.봐도 호사 중 호사일텐데, 어찌나 좋은지 작은 병 하나를 다 비웠다. 이것이.역시 나이 마흔 애 아비의 풍류로구나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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