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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Aug 06.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오늘의 면식수햏 (1) - ㄷ 라멘, ㅇ 냉면!

* 아내와 나, 그리고 소은이는 모두 면 종류를 보통 좋아한다. 다만 나는 지나치게 비리고 밀가루 향이 많이 나는 시판 해물칼국수나, 너무 달아서 식사라기보단 간식같은 팥칼국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밀면의 맛도 잘하는 집을 안가봐 그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면은 냉면- 그중에서도 진주냉면이고, 아내는 따끈한 잔치국수, 소은이는 사실 짜파게티를 제일 좋아하긴 하는데, 우리도 잘 안해주니까, 결국 냉면을 가장 좋아한다. 중래향 냉면과 경상도 교동냉면은 어렸을떄부터 정기적으로 먹어왔다. 전체적으로 식성이 비슷하지만, 좋은 면옥은 찾아가는 편인 우리 가족의 면식수햏(^^;; 한때의 유행어 ㅋㅋ) 기록을 써보려 한다.



1. 아주대병원 앞 ㄷ 라멘


좋은 라멘집 찾기가 드문데, 아주대병원 앞은 확실히 대학로를 겸하고 있어서인지 내공 있어 보이는 라멘집이 많았다. 맞은편 바로 가까운 ㅋ 라멘집은 국물 라멘은 쇼유 라멘밖에 없고 주로 비벼먹는 마제멘 위주라서 아내도 나도 썩 당기지 않았다. 아주대병원 정문에서 나와 좌측으로 약 5~7 분 정도 길따라 내려가다 좌회전 언덕 길로 올라가는 ㄷ 라멘은, 더위에 지친 우리 부부 마음에 쏙 들었다.


주 요리는 돈코츠라멘, 돈코츠매운라멘, 돈코츠새우라멘.

새우 먹으면 바로 피부에 반응하는 아내는 돈코츠 라멘을 먹고, 다른걸 먹어보고픈 나는 역시 새우라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술이라곤 일본 맥주도 아니고 국산 맥주 한 종류만 판다는 것.

염치불구하고 물병에 가져온 위스키 조금만 마시겠다고 허락받고 서너 모금만 마셨다.

(정말 웬만치가 않아, 적당히 해~~ 하는 누구 소리 들리는 듯 하네 ㅠㅠ)   


결론 : 아주 맛있습니다.

훗날 다시 한번 찾아보고 감평할 범계 ㅇ 라멘보다 육수는 약간 더 처지는 느낌이지만, 면이 대신 좋았어요. 가느다랗고 탱글태글해서 빨아먹고 씹는 느낌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육수는 약간 시판 사골 국물을 넣은 듯한데, 과하지는 않았고, 다만 새우 향과는 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새우탕면 같은 칵테일 새우의 향과 돈코츠 향이 조화롭진 않았어요.  돈코츠라멘은 아주 맛있었습니다. 차슈도 부드럽고 잡내 없이 잘 씹혔습니다. 국물이 좋고 면발 탱글하고, 시판 재료들이 섞여 있지만 절묘하게 삶은 반숙 달걀 등 고명도 나쁘지 않아서 선주후면 先酒後麵 하기 더없이 좋았습니다.



2. 안양여고 앞 ㅇ 함흥냉면!


부부가 병원 겸 데잇트 잠시 다녀오는 동안, 깁스 답답하다고 벗겠다며 떼 쓰는 아이 달래주려고, 결국 어머니는 그 마다하시는 한국식 중화요리 집 가셔서 짜장면을 다  사주셨다고 들었다. 아빠, 나 팬더국수 먹는다아~ 하며 동영상이 왔길래 보니, 버스정류장 근처에 새로 생긴 중국집... 팬더 조형물을 붙여놓긴 했는데, 솔직히 썩 느낌이 가지 않아 굳이 찾아가지 않았던 집이건만, 소은이 눈에는 오며가며 팬더가 매일 보이고, 뜨문뜨문 짜장면을 먹는 사람들이 보이니 팬더국수 사달라고 졸랐는가보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정말로 어머니는 짜장면, 치킨 이런거 안 좋아하신다. 사십년 살면서 어머니 닭다리 뜯으시는거, 짜장면 드시는거 단 한번도 못 보았고,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나가 살믄 얼마나 더 살긋냐.' 하며 생전 안하시던 군것질로 '짱구' 과자 앉은 자리에서 두 봉지 드시는거 보고 대충격... 피자도 정말 안드시는데, 딱 한번 알볼로 고구마 피자 드셔보시더니, 이건 맛있다며, 'ㅂㅇ로..(어머니..ㅡㅡ;;) 고구마 피자' 나 시켜봐라.. 하신 적은 있었다.


여튼저튼 땡볕에 실내 동물원 찾아 애 데리고 놀리느라 아내랑 나는 파김치 직전..솔직히 밥이고 뭐고 그냥 들어가서 자고 싶었지만, 애를 굶길순 없고, 아이는 만두랑 국수가 또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급한대로 찾아간 곳이 바로 집 근처 ㅇ 함흥냉면...!


냉면집이라 하기엔 가게 외장이 좀 화려하다. 네온싸인도 많고, 그냥 일반 술집과 까페를 좀 섞어놓은듯한 느낌도 있다. 처음 개장했을때는 회냉면, 함흥냉면, 물냉면, 만두, 만두전골 이렇게만 있었던 듯 한데, 90cm짜리 도마에 보쌈김치와 보쌈과 생굴을 호화롭게 늘어놔준다는 보쌈 요리도 새롭게 나왔다. 연중무휴인데 평일에만 2시간 휴게 시간이 있다. 요즘은 안 주는 집도 꽤 많은, 따뜻한 육수를 주어서 좋다.


결론 : 적당히 맛있습니다.

냉면은 가격대에 비해 이 맛 때문에 또 와야겠다! 라고 생각되진 않아요. 물냉면은 무난했고, 회냉면은, 쪽파가 좀 많이 들어가서, 명태회에 비벼먹는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어리굴젓 등에 비벼먹는다는 느낌입니다. 양념이 많이 달진 않고, 면이 쫄깃하고 구수해서, 회냉면 쪽은 확실히 선주후면에 어울리는 안주인건 확실하네요. 소주처럼 막 마시는 술에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물냉면 역시 달지 않고 약간 슴슴한 맛에 새콤한 동치미 국물을 섞었고, 면발이 불지 않고 탱탱하구요, 육수 역시 모나는 맛없이 잘 넘어갑니다. 이런 물냉면이 다음날 술병에 힘들때 해장하긴 좋지요.


예상 외로 만두가 상당히 맛있었어요. 고기를 잘게 갈고 두부가 많이 들어가서,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뒷맛이 굉장히 젓가락을 부릅니다. 큰 접시에 6개 나오는데, 아내 2개, 저 2개, 소은이 2개.. 솔직히 소은이 거 더 먹고 싶었습니다^^;;  만두전골도 웬지 기대가 되네요. 김치 만두가 있어도 맛있었을텐데 말이죠. 술값이 비싸지만 않아도 보쌈이나 만두전골로 술을 즐긴 뒤 해장삼아 냉면 한그릇 뚝딱 먹고 떠나면 좋을듯한 집입니다.  지금처럼 너무 덥거나 추우면 당연히 못쓰겠지만, 강아지들이 뛰논다는 테라스 자리가 있는것도 좋아보이구요. 명장이 전수했다는 자가제면 광고에 비하면 썩 뛰어나다 보기 힘든 냉면의 무난함을 다양한 요리와 분위기 등으로 보완해주는 집입니다. 조촐하게 술 마시고 얘기 나누기엔 좋아보여요. 아, 사장님 친절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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