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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Aug 16.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고등어 한 마리에 불현듯 울컥하는 아저씨.

밥 다섯 그릇 한번에 먹기는 쉽지 않으나, 빵이나 간식을 자주 먹는다면 그에 준하는 열량을 손쉽게 쌓는다는 어느 의사 선생님 말씀에 아차 싶었다. 밥 잘하는 유진이와 털보 큰형님이 꼬박꼬박 해주던 질 좋은 식사와 전국의 명주 名酒 야말로 가장 큰 복지였음을 깨닫게 된 북촌ㅡ인사동.생활도 길어야 3년이었다. 속세로 나와 나는 다시 퍼석퍼석한 쌀밥과 맵고 달고 짠 양념과 질 나쁜 고기, 생선, 채소에 익숙해져야했다. 어렸을때 먹어온 어머니의 밥은 건재했으나 내가 시간을 못 맞출때도 많았고, 어쩌다 밥상을 받아도 소은이랑 아내가 우선이었다. 느가 왜 이걸 묵냐? 너어는.쩌그 김치랑 밥 묵어야, 하며 밥상머리 성룡을 방불케.하는 어머니의 번개같은 젓가락 방어는 태권도 3단도 막을수 없다.



하여 매일 회사 점심시간에 귀찮다고 인근 큰 상점에서 쌓아놓고 파는 빵, 김밥, 컵라면 등으로 때우다, 불현듯 먹고싶어 어느 식당 들어가 고등어 한 마리 구워달라했다. 머리가 붙은 고등어는 길고 컸지만, 향이 약했고, 살이 물컹거렸다. 석쇠에 굽는듯 보이긴 했는데, 허여멀건한 색깔에 노릇노릇하지도 않았으며, 소금 간도 안 배고, 뼈도 딱딱해서 고소하게 씹을 수도 없었다. 없는 미각에도 세상에 고등어가 이리 맛없을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그제서야 어머니의 고등어가 떠오르며 불현듯 숨이 턱 막혔다. 주인 바뀐 뒤로 맛이 없다며, 가까이 상점보다 멀리 전통시장 아는 분께 늘 사오시는 어머니의 고등어. 국산 소금에 절여뒀다가 김창완 선생 노랫가사마냥 살포시.꺼내서 둥근 오븐에 기름 쪽 빠지도록 이십분 구우면, 뱃살은 고소하고, 살점은 포실하며, 껍질은 노릇노릇 바삭한, 그야말로 밥 두 그릇 뚝딱 먹는, 등푸른 생선의 제왕 자반고등어구이가 나오는 것이다. 아마 자운 선생이 운암정의 봉주와 성찬을 일부러 충동하여 노숙자들에게 고기 한 점 먹이고자 고등어 스무 손을 굽게 한 뜻도, 바로 이러한 고등어에 있을 터이다. 하물며.손녀 며느리 늘 생각하는 어머니 고등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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