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선생이 무인도에 갇힐 때 꼭 한 권 들고가야할 책이라고 단언해서, 최근에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고 들었다. 그러고보니 괴이쩍은 역질이 돌기 전에 대형 서점 가면, 지성들이 가볍게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추천하는 책이라며, 온갖 명작들의 광고가 그득하다. 코스모스는 예전부터 한번 읽어야지 마음 먹었던 책이긴 하나, 나 역시도 괜한 고집이 있어 세상에서 읽어라 읽어라 몰아대면 괜시리 읽기 싫은 마음부터 불퉁 들었다. 그 투정 덕분에 김훈 선생도 학부 졸업하고 나서야 겨우 읽지 않았던가. 다만, 결혼하고 나니 확실히 할 것 없이 바빠 무공 훈련이며 독서 등이 총각 시절처럼 아무때나 쉽게 맘 붙일 여유가 없는지라, 기왕 이렇게 된 것 길게 가보자하고, 내 나름대로 인문 서적을 읽을 때의 지도를 만들었다. 즉, 작년까지 마지막으로 읽은 인문서적은, 그 유명한 이진경 선생의 철학과 굴뚝청소부, 그리고 와카바야시 미키오의 지도의 상상력이었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 그리고 강신주 선생의 철학VS철학은, 학부 시절 소홀했던 기초를 다잡는 의미에서 매해마다 읽어왔던 책들이다. 다만 그 동안 취향 따라 읽어왔던 인문학의 가닥을 거시에서 미시로 잡아보자, 즉 먼저 코스모스를 읽어 지구와 자연의 탄생에 대해 공부하고, 세계사 편력을 통해 커다란 역사의 줄기를 잡고, 이후 미학 오디세이, 철학VS 철학, 천자문 강해, 중국철학사상사론 등을 통해서, 각 분야마다 하나씩 다시 흐름을 잡아보자- 라는, 뭐 나름대로 원대한 계획을 세웠던 셈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우리 아내가 현명하시고, 우리 딸이 효녀라, 훈련은 못했을 지언정, 큰 무리없이 세계사편력을 열심히 읽고 있다.
과학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물리학 선생 곽군이 의외로 심드렁해하길래, 왜, 너 좋아하는 과학 책이구만, 퉁을 놓았더니 녀석 하는 말이, 읽어보면 알걸? 그거 과학 책 아니고 인문서적이야 한다. 아닌게 아니라 그렇다. 세상만사 무엇이 혼자 오롯이 떨어져 외롭고 독하게 혼자 크겠냐만서도, 코스모스는 결국, 인간이 원대한 우주- 미지의 세계를 살피면서, 쌓아올렸던 문명의 오류를 바로잡고, 더 넓은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므로, 아주 과학책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사실, 인간과 우주 사이의 관계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말해야 더 옳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정밀한 관측뿐 아니라 우주선을 날려 살피기까지 가능한 요즘과 달리, 과거의 문명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우주를 좋은 말로는 신비하게, 나쁜 말로는 미신으로 왜곡했는데, 그 왜곡의 끝에 권력자들이 있었다는 점을 보자면, 결국 와카바야시 미키오가 지도를 통해 말하듯이, 인간의 권력이 얼마나 미지에 대해 강렬한 폭력을 투사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같다.
여하튼 책의 중반부는, 행성에 대해 제법 깊게 강론하므로 다소 어렵지만, 인간이 우주를 살피면서 성장하는 역사를 그려온 초반부나, 앞으로의 우주 생활을 상상하는 결말부 등은 제법 낭만적이므로 반드시 어려운 과학책이다, 선 긋고 손을 뗄 필요는 없어보인다. 단지, 긴 호흡이 필요한 책이므로, 반드시 한 번 정도는, 아무 걱정이 없는, 긴 시간대에 끈기를 갖고 읽을 것. 마치 샌드백을 치거나, 주짓수 또는 레슬링 스파링을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