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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1172일차 ㅡ 모두가 축구를 보지만 역시 훈련은 저녁반이지!

by Aner병문

힘겨운 속세를 비껴 도장에서 맨발에 도복만 입고 틀이든 맞서기든 연습하는 시간은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고 귀하며 소중하다. 결국 몸이 생각도 만든다 여겼던 데카르트나 하이데거의 이론에 따른다면 옥죄던 몸과 생각을 태권도를 통해 가다듬는 시간이다. 비교적 널찍하고 여유롭게 연습하는 오전반도 좋지만, 아무래도 훈련의 열기는 역시 저녁반에 있다. 비교적 어리고 젊은 사제사매들과 엉켜 알려주느라 내 자체의 연습량은 적을지 몰라도 낱기술이나마 끊임없이 함께 하여 기초를 바르게 하고, 무엇보다 맞서기 연습이라도 치고받으려면 역시 저녁반이 그 진수다.



인대를 다쳐 일주일간 잠시 훈련을 쉬고 지도만 했다는 콜라 부사범은 오늘 그 틀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푹 쉬어서 그런지 손발의 맺고 떨어짐이 분명했고, 어려운 발차기의 높이나 각도 또한 깔끔하여 모두가 감탄했다. 실로 오랜만에 나오신 연 사범님도 놀라셨을 정도였다. 나는 팔굽혀펴기 두 종류를 곁들여 유급자 틀을 마치고 콜라 부사범과 2회전 맞서기 연습을 했다.



젊고 가볍고.빠르며.손발이.유려하고 경쾌한 이십대 콜라 부사범님.. 후생가외 後生可畏 라고 이 젊은 고수와 빠르기와 기술을 겨루는 일은 내 주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일이다. 나는 비슷하게 무릎에 무게를 걸고 가볍게 뛰긴.했지만 실제로 파고들어 움직일때는 권투하듯이 몸을 숙여 단번에 들어가 얼굴을 찌르거나 후렸고, 혹은 킥복싱이나 무에타이처럼 성큼성큼 들어가 압박을 주면서 위아래로 치고 쳤다. 가냘프고 어린 아가씨라 어디 제대로 칠 데가 없어서 앞발로 밀어차거나 주로 쫓아찔렀다. 초반에 콜라 부사범은 알리를 방불케 하듯 나비처럼.벌처럼.쏘았다. 앞차부수기, 옆차찌르기, 뒤돌아반대돌려차기, 화려한 발차기들이 파바바바 연달아 와서 나는 한 삼십여초 몸을 흔들며 받아내고 피했다. 유파를 막론하고 태권도 선수들은 보통 거리를 먹고 기세를 잡기 위해 앞발을 많이 쓴다. 콜라 부사범도 예외는 아니라서 앞발로 돌려차기나 앞차부수기가 많이 들어왔는데, 왼팔로 일단 막아 밖으로 돌려 뿌리친 다음, 오른손으로 겨눠쳐 막을수밖에 없었다.



나는 비교적 체력을 안배하며 하긴 했지만, 나 역시 3분 2회전에 둘 다 지쳐 나가 떨어졌다. 발차기를 그 동안 많이 연습해서 예전보다는 공격수가 다양해졌지만, 아직도 주먹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나의 권투 기술은 도장 내에서 사제사매들 도와줄때나, 혹은 젊었을적.길거리에서 문외한들 막는데나 겨우 쓸뿐, 지난 대회 러시아 사범님과의 일전에서 내 기술들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더 연습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곧 옥상도장을 완전히 닫는 추운 날이 오면 실내에서 책 읽고, 몸의 힘을 더 길러야.한다. 내 나이 벌써 마흔, 이제 신체 능력이 더욱.시들어갈 때다. 2급 교육.지도사범 자격증이 드디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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