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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다시 한 번, 이어짐에 대하여

by Aner병문

산을 돌보는 일을 하는 아내와 국내외 생산품을 관리하고 사후 전산처리를 하는 나는 지금이 피차 바쁠 철이다. 그래도 나는 책상물림이랍시고 낯선 기계들에 둘러싸여 전산처리하고 해외로 메일 보내며 눈 빠지고 목 떨어지듯 일하다 퇴근하면 되지만, 아내는 낮에는 낮대로 산을 돌아다니며 일하다 저녁 늦게까지 서류 작업 처리하는 철이 되었으니 딱하다. 그래도 어미라고 쉬는 날 늦잠 한번 못 자고 휴일 전날 열차 타고 올라와 근무날 당일 새벽 내려가는 나날들이 벌써 2년 다 되었다. 제아무리 아비가 열흘 곁에 있은들 어미 있는 하루만 하겠는가. 그러므로 비록 멀리 있다 할 지라도, 아이와 어미는 깊이 이어져 있을터이다.



요즘 피차 바쁘고 아프고 피곤할 일이 많아 아내와 나는 그래도 자주 통화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그냥 관성 같은 반복이었다. 연결되어봐야 피차 피로에 찌들어, 여보 뭐허는가? 일하고 있지예- 나도 그려, 고생많네이, 사랑허네, 애쓰네. 여보야도 고생.많니더, 힘내시소! 하고 또 끊기기가 다반사지만, 그래도 당연히 전화해야 한다는 마음이었고, 전화하였다. 우리 부부는 이미 결혼전 KTX가 없었다면 아마 인연으로 닿지 못했을 터이고, 가정을 꾸려 소은이와 3년을 보낸 뒤에는, 아내의 복직으로 영상통화와 전화의 힘을 많이 빌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어지게 하는 도구보다 이어지게끔 하는 마음일 터이다. 전화, 차, 메일, 열차, 아니, 해리포터의 포트키나 순간이동가루가 있다고 해도 내 마음이 닿지 않는다면 무슨.소용일까. 비록 일상의 매사가 퍽퍽하고 힘들어 가끔 지치지만, 말 통하고 마음 닿는 아내가 있어 이어질 곳이나 있으니 총각 시절 누릴수 없는 호사다.



그러므로 무엇이 “이젠 혼자다” 인가? 대중매체가 하염없이, 불같이 만나고, 영리하게 헤어지고, 다시 만나 위로받는 여정을 상업화하는데는 이미 식상하여 질렸다. 심지어 교회 방송에서조차 믿는 사람들끼리의 인연을 이어준다며 같은 맥락의 방송을 내놓았다. 그러나 세상 누가 혼자인가? 누가 음양의 조화없이 오롯이 혼자 나왔으며, 의식주와 마음의.유지까지 제 손발로만 하는 이 뉘 있던가? 하다못해 찌르기 한번을 할때도 사지가 다 도와주지 않으면 올바로 할수 없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는 돈만 있으면 세상 모든것 혼자.고즈넉히 누리다 살수 있을듯 호도하지만, 한편으로는 돈을 통해 우연을 가장하여 사람을 만나게 하는 모순에도 열중한다. 이어짐의 욕망은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와 이어진 아내가 보고 싶다. 세상 끄트머리로 자꾸만 내몰리는듯한 이 피곤한 가을에 아내만이 내게 조건없이 따스하다. 부부란 원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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