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음식감평)

오늘의 면식수햏! (6) - 영등포 ㅌ , 신도림 ㅎ,

by Aner병문



1. 영등포 ㅌ.


이상하게 평일 쉬는 날엔 비가 많이 온다. 아이를 데려가기 전, 함께 쉬는 이 있다면 잠시 불러다 밥이라도 한끼 하며 여유롭게 수다라도 떨고 싶으나, 밀린 살림 하기에는 쉬는 평일이 좋고, 게다가 아이 데려다주고 도장에서 연습 한바탕 하고 나면, 밥 한 끼 먹고, 후다닥 돌아가 낮잠 한 30분 자기도 빠듯한 시간이다. 아아, 아이는 언제쯤 커서 좀 더 제 몫을 하려나. 물론 지금도 제법 커서, 제 밥과 어른 반찬도 제 손으로 상에 올려놓고, 화장실도 웬만하면 제 손으로 다녀오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잠자리는 항상 제 손으로 개고 펴고 하기도 제법 한다. 그러나 그만큼 애교도 늘었는지, 어린이집에 일찍 데리러 가면, 선생님, 봐요, 아빠가 오셨어요! 라며 펄쩍펄쩍 뛰고, 잠을 잘때도 잠자리 펴면서 의기양양, 아빠는 밖에서 자고, 소은이는 안에서 잘거야! 할때는 언제고, 금방 어두운 거실로 나와서, 행여나 등 켜놓고 책 읽거나 전화기 보고 있는 애비 모습을 보면, 아빠아, 전화기, 책 금지! 눈 빨개져어~ 얼른 자야지이~ 하며 책과 전화기를 빼앗고, 안경도 벗기고, 그리고는 소은이도 아빠한테 붙어서 잘거야! 하며 애비 배 위로 올라와서 몸을 옹송그리고는 금새 잠들어버린다. 아아, 말해 무엇하랴먄, 세상에서 젤 이쁘고 귀여운 내 딸, 세상에 제 자식 귀엽지 않은 부모가 있던가. 그러니 쉬는 날에, 아주 잠시의 여유, 그리 비싸지 않은 면 한 그릇을 찾아 헤매일때도, 사실 마음 한 켠은 벌써 아이에게 가 있다. (정말?!) 그러므로 도장 가까이의 면옥이나 라멘집을 주로 찾게 되는데, 영등포구청 근처 ㅌ 이 바로 그 곳이다.



결론. 너무 기대했었나봅니다ㅜ 못먹을 정돈 아니었지만.

영등포구청 근처는 완전히 개발된 곳은 아니지만, 구청 주변답게 낮부터 여는 술집도 제법 있구요(^^;;), 공무원들 회식도 하셔야 하고, 외부 손님 오면 그럴듯한 밥자리도 있어야 하니, 제법 내공 있어보이는 노포들이 많이 모인 곳입니다. 영등포의 수호신 이라 불리는 이 모 소설가께서도 영등포를 많이 찬양하신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거리 와 가격을 따져보다 가게 된 ㅌ은, 영등포구청역 5번 출구에서 내려 좌회전 하시어 골목과 골목 새로 들어가는데, 이 주변에 제법 그럴듯한 까페, 바, 술집, 냉면 및 곰탕집, 순대국집 등 있을만한 집은 다 있는 골목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제법 위명을 떨치고 있는 ㅌ의 라멘에 대해 기대치가 높았던 건 사실이죠. 또 그동안 먹어왔던 라멘들이 비교적 제 입맛에 잘 맞았기도 했구요.

처음 국물을 탁 떠서 입에 넣었을때, 어, 너무 단데, 싶었습니다. 못 먹을 정돈 절대 아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갈비찜을 곰탕에 말아놓은 듯한 그런 국물맛이랄까요? 특제 양념을 더한 라멘이라고 광고가 자자해서 기대햇는데, 단 맛은 둘째치고, 약간 쓰고 탄 맛까지 느껴졌어요. 건더기는 무난무난했지만, 면에는 제가 그토록 싫어하는, 일부 라멘집 멘에서 느껴지는, 지린내 같은 진한 간수향이 올라왔어요. 젊었을 적 돈이 없을때, 라멘 한 그릇 먹고 싶을때, 잔돈을 모으고 모아서 도서관에서 책 빌리고, 학교 앞 라멘집에서 한 그릇 먹었을때, 그토록 먹고팠던 라멘이었는데, 한 입 가득 문 하얀 면 안에 가득 배인 그 지린내 같은 간수 향이 문득 생각나며 서글펐습니다. 점심 때가 한창 지난 우중의 평일 라멘집은 한산했고, 나는 내색 않고 라멘을 다 먹었지만, 또 먹다보니 못 먹을 맛은 아니었지만, 기대치가 왕창 깎여 나간 라멘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합니다. 듣자하니 마늘을 갈아서 넣어야 한다는 말들도 있던데, 그렇게까지 먹긴 너무 귀찮아서 그냥 먹은 제 탓일까요?! 가게도 좀 찾기 어렵고, 지점까지 내었어도 본점이 미어터진다는 전설 같은 위명에 기대가 너무 컸었나봅니다.



2. 신도림 ㅎ


아이는 요즘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를 세는 버릇이 생겼는데, 엿새에는 보통 아비어미와 키즈까페를 가고, 이레에는 하나님 하루 쉬시듯, 교회에 가서 목사님 외손자이자 내 친구의 아들인 한 살 터울 오늘이 오빠와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하루 이틀을 완전히 세진 못하지만, 그 유명한 영국의 만화 넘버블럭스Number Blocks를 꾸준히 시청한 탓인지, 1, 2, 3, 4, 5 하면서 하루 이틀에 대한 개념은 많이 생겼다. 이를테면 목요일쯤 되면, 아빠, 1, 2, 3, 4, 소은이 어린이집 갔어요, 5도 어린이집 가요? 키즈까페 가면 안돼요? 라는 식으로 물어보거나, 혹은 닷새되는 날 저녁에, 아빠, 5니까 오늘 엄마 와요? 이런 식이다. 조금 더 크면 하루 이틀의 개념도 알 듯도 한데, 아직은 사람도 동물도 어른도 사물도 무조건 2개, 3개인지라, 좀 더 공들여 알려주고 있다. 열심히 같이 뛰고 놀고 있는데, 처음 뵙는 어르신들을 손가락질하며 '우와, 아빠, 할머니 2개가 와요~' 라니, 다행히도 인사를 바로 해서 오해야 안 샀고, 아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너가 이상한 말 하고 다니면 눈총받는 건 아비어미란 말이다 ㅠㅠ


어쨌든 6의 아침이 되면, 아이는 벌써 신이 나고 흥분해서, 밥도 먹는둥 마는둥 엄마아빠, 6이에요, 6! 키즈까페 가요! 말하기 일쑤다. 날씨가 좋으면 아쉽고 안타까워서 놀이터나 공원에서 좀 놀다가 키즈 까페를 가기도 하지만, 내가 출근하거나, 혹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키즈 까페를 먼저 가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 부부도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서, 동네 주변의 다양한 키즈까페를 다니며 나름의 기준이 생겼는데, 소은이의 경우에는 무조건 몸과 힘을 쓸수 있는 운동기구 같은 놀이시설이 많아야 한다. 이른바 무슨 캐릭터 키즈까페니 하는 것들은 별다른 운동기구 없이 캐릭터로 애들 환심사서 뭐 파는데만 중심인 곳이 제법 있어서, 아내와 나는 키즈 까페를 제법 신경써서 골랐는데, 아직까지는 아이에게는 여러 가지 방방이가 있고, 항상 젊은 선생님들이 지켜봐주시며, 때되면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시는 방방이 키즈까페가 가장 좋은듯하다.


신도림에도 제법 큰 키즈 까페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가보니, 일단 지하가 아니라서 좋았고, 다소 기구들이 밀집되어 있긴 하지만, 여러 가지 힘쓸 수 있는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많아서 좋았다. 아내는 그 떄 일이 많다고 해서 출장길에 일단 돌아온 뒤 내 랩탑으로 일을 보고 있었고, 나는 김훈 선생의 글을 사이사이 읽으며 아이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아이에게도 6이지만, 아내에게도 내게도 6이라, 어지간히 다들 피곤하고 닳아 있던 차에, 아이가 마침내 땀에 절어서, 아빠, 배고파요, 했다. 그 소리만 기다렸더랬다. 대부분의 키즈까페에 한 가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기야 어쩔 수 없겠지만, 음식들이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다. 주방까진 진짜 바라지도 않지만, 괜히 비싸게 받는 과자 나부랭이에다가, 냉동 식품, 게다가 설탕덩어리 간식들이라니, 애들 뛰어놀아서 혈기 넘치고, 목 마르고, 당 떨어지는데, 갑자기 이렇게 짜고 단거 한꺼번에 막 먹이면 좋을리가 없다. 옛날 어린이들이야 먹을 것 걱정없이 활동량이 높고, 평소 식단이 고열량이 아니라서 괜찮았겠지만, 그나마 잘 뛰어논다는 우리 소은이도, 기본적으로 먹는 양이 많은데다, 피부 때문에 먹는 것 하나만큼은 우리 부부도 각별히 주의를 하기 때문에, 키즈까페에서 파는 과자며 주스는 가능하면 아주 조금씩만 사주려고 한다.


어쨌든 마트가 가까우니, 여러 식당들도 가까워서 편했는데, 배고픈 아이를 감안하여 서둘러 주변에 제일 빠르게 갈 수 있는 냉면집을 갔다. 칼국수나 짜장면집도 있었지만, 일단 밀가루인데다, 안그래도 실내에서 실컷 뛰어놀아 몸이 뜨거울 아이가, 아직은 이열치열의 심도 있는 맛을 모를것 같아...^^;;;



결론 :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너무 기대를 안한 탓일까요?

소위 말하는 푸드 코트Food Court 안의 ㅎ 냉면입니다. 푸드 코트야 다 거기서 거기지, 라는 생각에 사실 아내나 나나 별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쳐서 이제 안아달라는 아이를 번쩍 안고, 키즈까페 길을 건너 마트 안 냉면집을 찾아가는데, 오? 마트가 제법 커서 그런가, 푸드 코트가 제가 생각하는 옛날 규모가 아니더군요. 아주 정갈하게 여러 식당과 빵집과 심지어 다이소까지도 차곡히 자리잡혀 있는데, 제주도에서 직송했다는 땅콩 디저트를 파는 빵집, 수제 호떡집부터 해서 고깃집, 햄버거집, 회전초밥집, 마라탕집, 벼라별 집들이 다 모여 있어서 기대치가 잠깐 높아진게 사실입니다. 점심 때가 살짝 지난 시간이라, 사람이 제법 빠졌을 무렵이었을텐데도, 아직 낮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늦가을 10월 중순, 빠르게 훌훌 먹고 떠날 수 있는 냉면집에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물냉면에 사리 추가, 아이는 물냉면 한그릇, 그리고 저는 회와 편육을 섞엇다는 섞임이냉면에 만두 하나 추가했습니다. 만두는 피부터 속까지 그냥 잘 쪄낸 시판 만두였습니다. 파와 생강향이 강했고, 오래 쪄서 물기가 깊이 배인 피는 약간 질겼지요. 면도 말캉하니 시판 면이었고, 육수는 새콤달콤 동치미 국물에 고깃국물을 섞었을 테고, 약간 달긴 했지만, 섞임이냉면의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너무 배고파서였는지, 아니면 아내가 와서 마음이 놓여 그랬는지, 면과 육수는 그냥저냥 무난한 맛이었습니다. 아, 물론 소은잉는 굉장히 맛있었나봅니다. 소은이는 기본 어른 그릇으로 물냉면 한 그릇 정말 뚝딱하구요, 그리고도 사리 추가로 담겨온 냉면도 반 이상 먹고나서야, 우와, 배부르다, 하면서 빵끗 웃었습니다. 왜 요즘은 냉면 사리 추가하면, 사리만 더 얹어주는게 아니라, 냉면 반그릇 더 주듯, 그릇 하나에 고명 얹어서 주시잖아요. 소은이는 이미 네 살때부터, 작은 냉면그릇은 어림도 없고, 진짜로 어른 그릇의 냉면 국수 가위로 잘라주면, 제 품에 끌어안고, 자기 혼자 다 먹습니다. 냉면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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