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176일차 ㅡ 오늘은 지도 돕기에 치중!
십년전 내가 우리 도장에 왔을때 나는 누구 못지 않게 우울한청춘이었다. 번듯한 직장은커녕, 삶의 중심과 기틀조차 없었고, 나름대로 꾸었던 꿈은 모두 깨져 부서졌으며, 빚과 상처와 억울한 누명만이 남았다. 몇 가지 확실한 점이 있었는데, 돈으로 사모은 술친구 따윈 연락없으니 흩어지기가 당연했고, 남을 이들은 그래도 어떻게든 남아주었으며, 참말 아무 것도 없더라도 믿음과 경험만은 유지되었었다. 내가 우리 도장에 흰 띠로 입문했을 때에도 그렇게 허랑방탕하게 소진되었던 청춘의 남은 잿더미에 불과했는데, 그나마 다양히 조금씩 깔짝거리며 배웠던 잔기술과 밤거리에서 몇번 쌓았던 좋지 못한 경험들로 도장에서 질문했으니, 그때 사범님은 참 얼마나 난감하셨을지 싶다.
도장에 새 사제가 입문하여 성심성의껏 알려드렸다. 젊었을적 나처럼 패기가 가득했으나, 신체기능이나 감각은 길러야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찌르기와 서기를 반복해서 알려드렸는데, 어느 도장 어느 어린이나 손쉽게 할 찌르기가 과연 실전에 얼마나 도움될지 의아해하는듯 했다. 십년전 나 역시 어설피 배워 오래 멋대로 써먹은 권투기술로 얼마나 어설펐던가.
그러나 태권도의 길은 젊음보다 길다. 누구든 연습하다보면 어느 수준까지 다 할수 있다. 본디 약하고 가녀린 이가 강한 이를 대적키 위한 수법이 무공이므로, 모자란 신체 기능은 기르면 되고, 부족한 기술은 반복해 채우면 된다. 그 길 속 꽃은 피고, 몸이 의미를.스스로 깨달아 마음을 흔드는 날이 온다. 옛 생각에 모처럼 잠겨, 내 훈련도 다 못할지언정 오래 알려드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