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후대에게 전해주고픈 맛에 대하여.
우리 교회 예배 뒤에, 새로 부임한 부군의 교회 2부 예배를 보러 총총히 떠나는 교회 친구.얀미가 안쓰럽기도 하거니와, 얀미의 아들, 투데이 군은 어찌 보면 내 조카, 아들이나 다름없는데, 아내도 그렇거니와 소은이와 같이 어린이미술관 가자 꾀었더니, 옳다구나 가잔다. 아내가 운전석에 올라 미술관으로 가렸더니 6세, 8세 청춘들.왈, 아빠ㅡ삼춘, 과학관으로 가면 안돼요? 해서 한번 갔었던, 소은이 말로는, 큰 로켓트 가 있는 어린이과학관으로 다시 갔다. 다행히도 체험관의 많은 기구들이 한 차례 교체되어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나게 놀수 있었다.
한국 어느 집이나 그렇겠지만, 비록 서울 태생일망정 전라도 집안에서 나고 자란 나는, 돈이 없어 얻어먹으면 모르되, 돈 있을땐 누구든 굶겨 보낸 적이 없었다. 하여 밥의 민족답게 투데이 군에게도 밥 먹고 갈터이니 뭐 먹겠냐 물어보니, 뜻밖에도 햄버거… 딴건 없냐니까 피자, 치킨, 라면을.읊는다. 일단 소은이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어떻게 남의 집 귀한 아들이랑 놀러나와서 피자 쪼가리, 햄버거 빵조각을.먹이겠는가. 게다가 소은이가 없음 수제 햄버거나 피자, 하다못해 털보 형님네 타코라도 먹으러 가겠지만, 소은이는 짜파게티나 좋아하지, 그 외의 라면, 피자, 치킨, 햄버거는 진짜 별로 안 좋아한다. 저.스스로 몸이 가려울것을 알아서인지, 튀긴 닭은 정말 딱 한 번, 제.부모가 모르고 먹여 밤새 긁은 뒤로, 저.스스로도 한번도 입에 댄 적이 없고, 고모가 사온 피자는 뒷부분 도우 빵조각만 먹으며, 햄버거는 치즈, 오이만 쏙 빼서 먹는다. 이건 아마도 우리 부부 영향 이전에, 할머니 덕을 크게 봐서 그럴게다.
여튼 투데이 군에게, 삼춘네 집에서는 밥 먹기 전에 그런 간식 안 먹어, 투데이도 삼춘이 고기, 국수, 밥 다 사줄거지만, 햄버거,치킨,피자, 라면은 절대 안 사줄거야. 하고, 덧붙여 소은이까지, 오빠, 피자 치킨 햄버거는 건강하지 않아! 우리 초밥먹자! 여기서 우리 부부 포복절도… 왜냐하면 아내는, 소은이 임신 후로 중금속 걱정으로 나의 일본 대회 출전도.금지시켰고, 참치회는커녕 통조림도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야 친가 외가에서 진짜 종류별로.배터지게 먹지만, 초밥은 아직까지 먹여준적 없는데.. 유튜브에서 봤나? 여튼 투데이군, 입술을 삐죽이며,. 나는 생선 안먹어, 그리고 아빠가 햄버거는 간식 아니랬어요. 이러더니 나 삼춘 이모랑 밥 안먹을래요, 할아버지(즉, 우리 교회 목사님) 랑.밥 먹을래요. 으음.. 이 녀석, 삼춘이 아이스크림, 쥬스, 장난감까지 사줬건만 ㅋㅋㅋ 여튼 그래서 목사님 댁에 잘 데려다주고, 초밥 타령하는 소은이 데리고 약간 무리했지만 초밥집까지 다녀왔다. 소은이는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밥에 백김치를 올린 김치초밥을 제일 좋아했고, 장에 살짝 절인.새우초밥에 우동도 한그릇을.뚝딱했다. 아이가 이토록 잘 먹으니 아비로서는 그저 좋았다. 사실 썩 좋은 초밥집은 아니었거니와 오랜만에 찾았는데, 초밥의 밥 질이 너무 떨어져서 아내에게 미안할 수준이었음에도, 딸이 잘 먹으니, 우리 부부는 그냥 턱을 괴고 먹방 보듯 소은이 먹는 모습만 보았다.
주제넘게 남의 집 귀한 아들 식습관을 지적하거나, 육아방식을 거론하려는게 아니다. 세상 모든 부모는 존경받아야 마땅하며, 내 친구 얀미는 귀한 벗이자 훌륭한 어머니다. 다만 우리 부부는 자주 투데이 군을 데리고 나갈 것인데, 절대로 고열량에 영양소가 충분치 못한 먹거리는, 소은이한테 먹이지 않듯 먹이지 않을거다. 맛도 공부가.필요한 경험인지라, 태권도 맞서기하듯 자꾸 낯선 영역을 겪어야한다. 지금이야 회사에서.정신없으니 그저 구내식당.밥이나 급하면 편의점 저급한 삼각김밥, 도시락.따위로 때우니 내 몸도 예전같지 않다. 아무리 바빠도 밥잘하는 유진이는, 뭐든 제.손으로.볶고 끓여주고 좋은것만 줘서 배터지게 먹어도 살찔 겨를이 없었던듯하다. (실컷 혼내놓고, 또 미안해서 닭이랑.오리를 한번에 조리한 적도 있었지 ㅋㅋ)
얼마 전, 싸고 양.많아.가끔.가는.회사.앞 ㅎ 도시락 집에서.하도 싸서.원래 먹으려던 메가치킨마요 대신 치즈닭갈비볶음밥을.먹었다. 치즈 종류를 막론하고 모짜렐라건 가공치즈건, 그 외의.내가.좋아하는 숙성치즈건 밥 위에 치즈를 올리는 일은 사도邪道 즉, 중국.무협소설식으로 치자면 사파邪派 나 다름없다 느꼈기에 그냥 외부 밥먹듯.별 기대없이 먹었다. 그런데.뜻밖에도 이번 밥은, 왜.치즈를 올리는지 드디어 깨달았다. 나는.솔직히 그 밥을 먹기 전까지.왜 밥 위에 차라리 가공치즈도 아니고 껌처럼 질깃질깃 씹히는 모짜렐라를 올리는지 정말 이해를 못했었다. 그 당시 ㅎ 도시락의 밥을 먹어보니,신경썼다한들 결국 전자렌지에 데우는 냉동 밥일거고, 게다가 이미 맵고 달고 짠, 닭갈비.양념에 밥의 물렁한 식감은 이미 없어져버리고, 바다 건너 남미에서 수입했을, 풍미없는 퍽퍽한 닭고기에, 설탕 범벅의 양념 사이에 그나마 질겅이며 고소한 씹을 식감을 주는 식자재라곤, 그저 그 모짜렐라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나마 나았던게다. 나는 서글펐다.
나는 언젠가, 참으로 글을 유려하게 푸시는, 이 앱의 어느 큰형님뻘되는 분이, 자당의 갈치에 대해 쓰신 내용을 본 적 있다. 나도 근자에, 어머니의 고등어와 빗대어 참으로 희멀건한 식당의 고등어를 먹으며, 비슷한.느낌을 받았으므로, 한번
더 거론할 일이 있을 터이다. 내.항상 말하거니와 소은이를 비롯한 나의.자녀는, 내가 끝내 감히 이루지 못하고 포기한 지점부터, 공부든 무공이든 예술이든.시작하도록, 내가 배운 모든걸 전수해주려니와, 그러자면 그 토대를 이루는 몸은 음식이 만들수밖에 없다. 세상이.천박해지는데, 음식이라고 다르랴. 할머니가 귀히 만들어주신 음식의 맛은 제 고모와 아비가 안다. 절대로 시시껍쩍한, 장난질치는 합성재료 나부랭이 따위 안먹일거다. 물론 부모 몰래.제 또래끼리 먹으러 다니는 길을 어찌 탓하랴만, 그 혀 위에 비로소 뭐든 올바로 쌓이는거다. 나는 무엇이든 기초부터 알려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