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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태권도 번외편.ㅡ 나의.태권도는 쌓아가며 비우는 과정이다.

by Aner병문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와 함께 제1차 삼두정치를 이끌며 자신의 부를 과시했고, 그 유명한 스파르타쿠스의.난까지 진압했던 소방관(?) 출신 크랏수스가 공명심에 못 이겨 중무장한 로마 보병군단을 이끌고 사막까지 건너.파르티아 정벌을 꿈꿨으나, 파르티아의 귀공자 수레나스는 그 유명한 스웜 Swarm 전술로, 궁기병들을 능란하게 부리며 멋지게 그를 격파한다. 비록 토사구팽, 그러니까 한신보다 더 먼저 오히려 이 승리가 빌미가 되어 제거당했지만 영어로는 파르티안 샷 parthian shot , 고대 중국에서는 배사背射 법이라고도 하는 이 고급병종은 말을 탄 채 신출귀몰하면서도, 화살을 퍼부을수 있다는 점에서 막강했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몽골 기병, 폴란드의 후사르 기병 등, 유목민들은 기병대와 함께 여러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유목민의 제국은 설사 세워졌어도 비교적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결국 현대는 대부분 정착하여 논밭갈고 공장지어 수확하는 정주.민족의 시대다. 총기의 발달과 함께 대형을 결집하여 방어력을 유지하면서도 화력을 높인 보병과 전차들이 기병을 몰아냈다고 하지만 단지 그뿐일까? 애초에 바람처럼 떠돌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이동하는 나그네 같은 유목민족들은, 논밭과 바다를 제 것이라 점령하고,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꾀까지는 없었던게 아닐까? 결국 떠나는 이보다는, 머무는 이가 무엇이든 얻고 전하는 일에 더 능숙했던게 아닐까?



소은이가 여섯살이니 벌써 결혼생활 칠년 차다. 그동안 내가 가만히 보니 아내는 유목민족 같은 여인이었다. 어데 훌쩍 떠난다는 뜻이 아니라 어덴가 좀처럼 매여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화통하고 구김이 없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헤헤 웃고 넘겨버리고, 아침에 말해둔 일도 점심되기 전 잊어버리며, 그보다 더 넘치게 힘들면 본인이 힘들다며 주저앉고 도움을 청하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나는 한때 아내처럼도 생각하고 살았으나, 타고난 성격이 소심하고 호방하질 못해서 지금은 덜렁대더라도 뭐든 적어두고 챙겨두고 산다. 그러니 뭐든 아내가 보통 일을 시작하면 주변을 맴돌며 아내가 놓친 부분을 주워다 챙겨주는 사람은 나였다. 익숙한지 오래 되었다.



피차 장단점이 있겠으나, 아내는 쌓는 일을 즐기지 않았고, 지난 일도 돌아보지 않았다. 놓치는게 많아 번잡스럽긴 해도 마음이 평안하기로는 제일이었다. 연말연초, 차마 다 쓰지 못할 일들이 집 안팎으로 많이 있어 나는 너와 몇 벗에게만 말해두었는데, 그러니 도통 산란하고 성가셔서 일이고 공부고 무공이고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물론 아내도 힘들어 했지만, 내가 해 바뀌도록 여러 일을 끙끙 끌어안고 심신이 아플때, 오히려 옆에서 툭툭 털어주었다. 옛 성현의 글을 읽고, 무공을 익히는 사람은 나지만, 오히려 아내가 규중호걸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비우고 덜어내고 잊는법을 배우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아내가 즐겨보는, 근육질의 안무가들처럼 나는 날렵하고 정교하게 움직이거나 어렵고 화려한 동작들은 전혀 할 수 없지만, 나는 다시 비울 때가 되었다. 책을 읽기보다 일단 늘어진 몸을 쓰고, 태권도의 연습을 쌓아서 내 머릿속 게으름과 잡념을 비워야했다. 아침에 했었어야 하는데, 아침나절 소은이가 제 아비 잠자리로 파고들며, 아빠아, 좀만 더 자요오, 소은이는 아빠랑 자고 싶어요오, 하며 어찌나 간살간살 애교를 부리는지 또 늦잠자고 말았다. 늦은 퇴근 후에야, 모든 책들을 덮어놓고 다시 근 일주일만에 좁은 집에서나마 겨우 기초 틀 연습을 마쳤다. 피곤하나, 이제야 후련하다.



사주찌르기, 막기부터 계백까지.

팔굽혀펴기 두 종류.

앉았다 일어나며 찌르기 백개.

유연성 훈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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