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대왕의 업적으로부터 근 몇 세기인가.

by Aner병문

굽시니스트, 본격 한중일 세계사, 위즈덤하우스, 2020.


나라 안팎으로 국민들이 힘들다 신음하는데 그 이유가 과연 오로지 코로나 때문일까? 장관의 아들도 검찰총장의 장모도 호가호위 제 것도 아닌 위세를 빌어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작게는 흉악범이 법의 이름으로 형기를 마치고 세상에 나와 지자체에서 3단 이상의 고수를 여섯명 특채하여 그를 감시한다 하고, 마스크 시비에 주먹질하는 철없는 중장년에, 어린 도둑에, 성범죄자, 음주운전자, 방화범은 가실 날이 없고, 급기야 국감장에는 월북했다는 공무원이 또 월북이 아니라며 말을 바꾸는가 하면, 나랏일에 필요한 자료를 내놓으랬더니 첨부파일에 음란물까지 끼어들어가는 촌극이 우리를 웃지도 못하게 만든다. 3년 전 대통령께서 야심차게 출범시킨 이 정부가 우리에게 약속한 세상은 이런 것이 아니었고, 우리도 태평천국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무엇보다 현 제 1야당의 집권시절을 무색케 하는 온갖 권력형 범죄가 버젓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그에 대한 언급 한 마디 없으신 대통령이 야속하다. 덕분에 이 정부에 표 드린 값, 톡톡히 받고 있구만유.



지금부터 약 육백여년 전, 대왕께서는 집현전 학자들을 비롯한 권력자들과 유림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한글을 만드셨다. 나는 그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를 해본 적이 없으니 여지껏 대왕께서 당대 최고의 엘리뜨였던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만드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들의 반대가 너무 심해 독자적인 연구로 만드셨단다. (신미스님은 좀...)고기를 좋아하시어 고기반찬 안 드리면 서운해하셨다는 대왕, 음감이 탁월하시어 박연과 함께 나라의 음악을 정리하신 대왕, 천생 무골인 상왕과 함께 왜구 토벌에도 앞장서셨던 대왕, 시대적 한계는 있다지만 유학의 대동사회를 꿈꾸시었던 대왕께서 구태여 한자를 버리고, 한글을 창제하신 뜻은 어디에 있을까? 주권 국가는 독자적인 언어와 화폐 단위를 지녀야 하고, 또한 고려를 해체한 조선 초기, 기득권의 뿌리를 흔들고 백성들로 하여금 더 폭넓은 정치 공유의 장을 조성코자 하는 마음이 있으셨을 터이다. 그러므로 유시민 전 장관은,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에 전제 왕권의 두 인물이 광화문 한복판에 있다는게 말이 되냐는, 그야말로 불학무식한 말씀에, 대한민국에서 충무공과 세종대왕, 두 분 건드리면 큰일난다 는 말로 너털웃음 짓고 말았다.




굽시니스트 김선웅 작가가 그린 본격 한중일 세계사 만화 를 어제서야 다 읽었다. 너가 내 생일선물로 일곱 권 져다준 지 근 석 달 만이다. 짬짬이 유발 하라리와 강신주 선생을 읽어가면서, 머리가 아프거나 피곤할때마다 조금씩 산 옮기는 우공마냥, 느긋한 소걸음마냥 조금씩 만화보듯 봤다. (만화잖아?) 작가 스스로도 말하듯 단순히 동아시아 라는 지역의 근접함만으로 세 나라의 역사를 엮는 것이 아니라 3국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막부의 몰락 및 개항하는 일본 편이 좀 어려웠을 뿐, 태평천국의 대서사시를 그린 중국 편이나 대원군의 집권기를 그린 한국 편을 재미있게 보았다. 이말년의 말마따나 역사는 인류의 오답노트다. 과연 이 정부의 치세는 향후 얼마나 되어 어찌 평가받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여하튼 대왕께서 고안하신 글자, 오늘도 소인은 잘 쓰고 있습니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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