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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1211일차 ㅡ 혼자한다.해도 도장에서!

by Aner병문

젊었을 적에는, 굳이.공부한다고 독서실이나 도서관이나.심지어 산방까지 찾아드는 이들을.이해하지 못했다. 환경에 따라 내 상태가 달라질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건, 서른이 넘어서다. 십대에는 학교와 집만 오갔으니 다른 환경이 있을 수 없었고, 이십대에는 갑자기 주어진 청춘에 이미 달라져버린 환경.속 내가 깊이 절여진 줄도 몰랐다. 서른이 넘어서야 어렴풋이 환경에 따라 달라진 나를 돌아볼수 있게 되었고, 마흔 가까워서야 환경이 달라져도 내가 지킬수 있는것만 꼽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데도 벅차단 사실을 알았다. 이를테면 출퇴근길에 새벽 기도 설교와 영어 유튜브를 듣는다거나 아이 재워놓고 나서야 독서나 훈련을 이어서 한다는 정도다. 내게 필요한 분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미쳤다고 잠 줄여가며 하지는 않을 일들이다.



그 중 태권도 훈련은 역시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도장은 일단 맘껏.뛰거나.발을.굴러.디딜수 있고, 기합도.크게.지를수 있으며, 누가 있건 없건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러나 가족 모두가 잠든 새벽이나 늦은 밤의 거실은 아무래도 몸이 위축되기 마련이거니와 그나마 옥상도장이 좀 나으나 이웃들 호기심 어린 눈빛부터 해서, 행여나 집안의 소은이 뭔일없나 뒤꼭지가 당길때가 있으니, 속세와 분리되고 모두가 똑같은 도복을 입는 도장이야말로, 온전히 태권도를 위한 공간인 것이다.



어제 늦은 퇴근에 오늘 이른 출근까지, 피곤하고 압박받을 바에 몸이나 더 풀자 싶어서. 도장에 이르게 갔다. 동생이 소은이를 봐줄수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난방을 켜기 전 도장바닥은 발바닥부터 무릎까지 단번에 올려 꿰뚫듯이 날카롭게 시렸다. 잠시 펄쩍펄쩍 뛰면서, 총각시절 출근하기 전 아주 추웠던 겨울 아침 6시 무렵의 도장을 생각했다. 그때 당시 직장 상사이기도 했던 밥잘하는 유진이가 함께 오기도 했고, 그러지 못하기도 했는데, 5시쯤에 일어나 바로 첫 차를 타고 6시쯤 도장에 도착하면 도복을 갈아입고 스포츠양말 신고 패딩입고도 추워서 온기가 돌때까지 한 삼십분 도장을 뛰어다니고서야 겨우 연습할수 있었다.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라서 잠시 시려운 발바닥을 참고 3보 맞서기를 연습하는 동안 금새 더워지고 훈기가 돌았다.



보 맞서기 30개와 고당, 삼일, 유신, 최영을 하되, 사이사이 주먹단련, 타이슨식, 러시안 팔굽혀펴기를 모두 묶어 진행했다. 발차기와 주먹쓰기를 좀 더 중점적으로 연습했으며 앉았다 일어나며 찌르기도 백번 후 유연성 훈련으로 끝마쳤다. 오른골반이 많이 틀어져있었는데, 그동안 오른 무릎을 눕히려고 집중적으로 골반 늘리기도 많이 하고, 특히 양발 돌려차기를 할때 무릎을 정확히 드는데 신경썼더니 고관절이 아프거나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다리찢기도 오랜만에 허리와 양 가랑이가 아주 편안하게, 비틀린 느낌없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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