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번외편 ㅡ항상성 恒常性 :넘어지지 않기 위해 늘 버티는 일.

by Aner병문

어머니는 문득 내게 자전과 공전에 대해 물으시었다. 어야, 자전, 공전이 머였지? 앗따, 엄니, 나헌티 한자 가르챠주신 분이 그걸 까먹으믄 어찌요. 스스로 도는 거이 자전이고, 내가 돌믄서 태양 주위를 도는 거이 공전 아니요, 돌믄서 돌아부는 것이지. 그르지? 근디 그것들은 어지럽게 어찌 왼종일 돈대냐, 우리들은 또 어찌 안 어지러울까잉. 그거이 세상 사는 이치다요, 이것들이 돌다가 멈추믄 우리도 칵 갖다 쏠려 날아간다 안허요, 관성. 버스에 앞으로 확 쏠리디끼. 한때 나의 물상 교과서를 펴놓고 회초리로 엄히.가르치시던 어머니도 벌써 삼십년 세월이 흘렀다. 늘상 짱짱한 가시나무 같던 모습도 눅어지고 어떤 날에는 바람결에 흩날려 보이지도 않을, 작고 가녀린 나뭇잎 같으시기도 하였다.



늘 돌아야 버틴다. 사람들이 가끔 스스로의 일상을 다람쥐마냥 쳇바퀴 돌리기에 비교하는 이유가 다 있을 터이다. 내 일상만 보아도 야간근무 기준하여 기상, 소은이와 아침먹고 어린이집 보내기, 도장, 회사, 퇴근 후 소은이 잠자리 봐주기, 간단한 공부 및 독서, 수면(중 육아) 등으로 빈틈없이 구성되어 있다. 이 일상에서 무엇 하나 변수가 생겨 밀리거나 틀어지거나 빠지게 되면, 이루 말할수 없이 찜찜하다. 보통 일상의 변수라는 것이 좋은 쪽보다는 번거로운 쪽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비껴간 일상의 축을 구태여 애써 돌려놓으려는 시도도 번잡스럽기는 만만찮다.



그러나 사람이란, 바로 이 항상성으로 결국 스스로를 버텨낼 터이다. 큰 뜻을 품고 면벽좌선 용맹정진하는 고승대덕들이 아닌 바에야 스스로 가만히 있어 유지하는 생명은 드물다. 물은 얼고 마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흐르고, 동물은 뛰고 걸으며, 한 그루 나무조차 모든 잎을 떨구고 뿌리를 스스로 말리지 않은바에야 밤낮으로 햇볕을 모으고, 공기를 갈며 역시 버티고 있다. 태극의 원리를 발견한 오래 전 장재나 왕충 같은 이가, 움직임이야말로 곧 세상의 근본이라 부르짖었던 이유도 이와 같을 터이다.



병원 다녀오니, 다시 주사 맞은 고관절이 저려왔다. 언감생심 발차기 두 번은 못하겠고, 권투 연습이라면 해볼만하였으나, 아무리 청구가 된다 한들, 벌써 두번째 비싼 주사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내의 당부도 있고 해서, 주사맞은 오늘만큼은 지난 주말 대회 소품들을 정리하며 오전을 보내었다. 제 몸도 수습키 어려운, 어설픈 부사범이 사제사매들에게 오직 본을 보일 것은, 늘 열심히 즐겁게 훈련하는 모습과 또한 11년째 나름 훈련을 하는데도 사현님 전수해주신 내용의 반도 따르지 못하니, 나같은 검은 띠는 되지 말란 반면교사의 모습밖에 없다. 그래도 다들 훌륭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내가 잘 못 가르치니 알아서들 성장하는건가?



하루 몸을 안쓰니 마음이 가라앉다 못해 차분하였다. 주중에는 집밥과 도시락으로, 외식을 멀리하고 드디어 식습관 조절을 한지 벌써 한 달 남짓 되었다. 일부러 잠을 늘리려고 커피도 최대 두 잔까지만 마신다. 주말에는 처자식과 외출하거나 종종 약속이 있으므로 잠시 몸무게가 치솟기도 하나, 확실히 감소세에는 들어서, 4킬로그램쯤 줄었다. 하루에 보통 400그램에서 많으면 800그램까지도 빠지나, 젊을 때에 비하면, 신진대사가 둔하다. 평소 먹던 양이 있으니, 느닷없이 출출하다가도 물 한 잔 꿀꺽 마시고 틀 연무든, 맞서기 연습이든 하면 배고픔이 달아났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덜 움직였는데도 오히려 훨씬 배고팠다. 이 배고픔은 진짜 배고픔이라기보다, 일상의 축에서 비껴난 마음이 왈랑대는 흔들림일 터인데, 마치 동기화되듯, 그 마음의 진동은 자꾸 내 뱃속을 흔들어 무언가를 먹도록 치대었다. 나는 그 즈음 손쉽게 입을 대던 습관적인 술도 이미 줄였고, 군것질도 거의 하지 않는데, 무언가를 먹지 않을때마다 나는 비로소 몸으로부터 전해져 가녀리게 나부끼는 마음의 그림자를 본다. 배를 비운적 없는 이는, 마음을 비울 수 없다는 옛 말씀이 나이 마흔 넘겨서야 실감난다. 내 일상은 내 스스로를 꽉 죄는듯 보이지만 스스로 나를 유지하고 지켜주는 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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