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긴끄적임)

지상과.천상의 하모니 ㅡ 천문학도 문학이다.

by Aner병문

그러므로 소설가 이영도 선생은 자신의 처녀작 속에서 활 잘쏘는 현자 칼의 입을 빌려 그렇게 말하였다. '인간이 숲을 걸으면 오솔길이 생기고, 엘프가 숲을 걸으면 그는 나무가 된다. 인간이 별을 보면 별자리가 생기고, 엘프가 별을 보면 그는 별빛이 된다.' 그의 처녀작은 이른바 쟝르소설의 형식을 빌려 인간과 그를 둘러싼 존재 간의 관계에 관해 집요하게 추적한 명작이다. 꼭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인간들은 자신의 주변을 끊임없이 해석하고 사용하려 애써왔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도 인간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욕망의 대상이었으리라.


미스타 세이건은 천문학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크게 3가지로 꼽았다. 여러 가지 재난과 난관이 많았던 지상에 비해 밤하늘 속 별들은 항시 평온해보였을 터이며, 근현대 과학이 우주의 신비를 풀기 전 아주 약간의 우연이라도 전근대인들에게는 큰 의미처럼 다가왔을 터이다. 그러므로 별은 그 자체로 영생불멸의 욕망을 투영하는 상징이자, 생존을 위해 읽어내야할 미래의 지표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신비주의와 미신의 대상이기도 했다. 적어도 두 명의 위대한 인물이 기틀을 잡기 전까지, 점성술과 천문학이 서로 혼재되어 구분하기 어려웠다는 미스타 세이건의 서술은 일견 공감이 간다.




천문학도 문학이다. 원한 품은 귀신도 누군가 그 한을 알아줘야만 괴담이 생긴다. 그래서 오래 전 어느 만화가 는 귀신이야말로 가련하다 했다. 죽어서도 자기 말을 들어달라 온갖 재난을 일으키는 존재라서 그렇다. 그렇다면 책도 연극도 영화도 다 마찬가지다. 일찍이 위대한 시인 빠블로 네루다는 모두가 시인이 되어버리면, 대체 누가 시를 읽어줄 것이냐며 독자의 소중함을 설파했었다. 마찬가지로, 천문학도 天文學 - 하늘의 문학인 이유가 있을 터이다. 제아무리 자연의 법칙대로 늘어서 있을뿐인 별들을 인간의 입맛대로 엮어놨다 할지라도, 별들과 엮인 유려한 이야기들과 나아가 정말로 과학적으로 움직이는 별의 신비를, 누군가 읽어주고 알아주지 않는다면 큰 의미는 없었을 터이다.



점성술사와 천문학자가 크게 구분되지 않던 시절에, 덴마크의 왕립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는 눈이 좋아서 뛰어난 천문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명예욕이 높고 자부심이 강해서 자신의 자료를 동료나 후학에게도 함부로 공개치 아니했는데, 그 위명만큼은 대단했는지 조선연행사에 참석했던 이의봉의 북원록에도 티코 브라헤에 관한 언급이 있을 정도다. 아직 정교한 망원경이 그렇게 많지 않던 시절이라 관측자, 각도와 내용을 불러주는 자, 그를 기록하고 계산하는 자들이 서로 분업하던 시절이었음에도 그의 관측 자료는 지금에도 큰 의미가 있으며, 신앙심이 투철하고 정밀한 공식을 사용하던 근면한 이론가 요하네스 케플러도, 그의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을 하던 이였다. 관측을 주로 하여 실측 자료를 모으던 티코 브라헤에 비해, 케플러는 뛰어난 지식을 바탕으로 공상과학소설을 쓰기도 했던 낭만적 이론가이기도 했다. 그는 이성과 이상을 조합할 줄 아는 사내였고, 과학을 통해 신의 섭리를 대중들이 널리 알기를 바랐는데, 이른바 케플러의 3법칙을 발견하여 만물에 통용시킨 업적은, 개별적인 기(氣) 의 현상들을.살펴서 관통하는 리(理) 를 찾은 것이니, 유학에서 말하는 격물치지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하겠다.



이후 우리가 모를 수가 없는 아이작 뉴턴은, 케플러의 법칙에서 중력 및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해낸다. 뉴턴은 라이프니츠 못지 않게 다방면에 걸쳐 많은 업적을 쌓았는데, 그는 신앙이 있었지만 삼위일체를 부정했고, 신이 만물에 부여한 본성을 거부했다. 단지 수많은 만물의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공통적인 원리만이 규칙이 될수 있다 믿었는데, 이는 리가 처음부터 공통적으로 기에 부여받았다고 생각치 아니하고, 각 기를 개별적으로 연구하여 공통적인 내용을 원리로 삼고자 했으니, 차라리 기학자로 이름 날리던 최한기의 이론과도 닿는 면이 있다. 좌우간 수학자이자 과학자, 혹은 역사가, 화폐 및 경제전문가로도 이름을 날렸으며 실패한 주식투자자(...당대의 천재조차 죽을 쑤는 주식 시장의 무서움..) 이기도 한 뉴턴의 위대함은 사실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뉴턴은 당시 수학자들에게 유행하던 결투- 서로에게 어려운 문제를 내서 먼저 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시합도 즐겨 했는데, 익명으로 출전한적도 있었으나, '발톱 자국을 보니 사자가 한 일은 알겠다.' 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일찌기 탈레스는 별을 보며 연구하느라 발 아래의 구덩이를 못 보고 빠져 지나가던 노파의 비웃음을 샀다고 했다. 누군가는 눈 앞의 구덩이도 못 보는 인간이 무슨 하늘을 헤아린다 할지 모르겠으나, 꿋꿋이 그렇게 살아온 이들이 결국 시대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했다. 헤겔의 절대정신은 뛰어난 인물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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