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1262일차 ㅡ 왜 맞서기인가?

by Aner병문

젊은 날의 마키아벨리는 일찍 좌절하였다고 들었다. 어릴때부터 하급관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받아 로마사 전집을 읽는 등, 학업과.출세에 열중했으나 그의 승진은 쉽지 않았다. 순자로부터 유학을 배워 인성을 탐구하던 한비자도 그랬고, 옛부터 지금까지 지닌 재주에 비해 빛을 못 본 위인들이 한둘이랴. 그러므로 마키아벨리는 고금동서 다른.선비들이 그랬듯, 하급.서기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식사 후 가장.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정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고 했다. 매일 밤 늦도록 책을 읽는 일이 그에게는 신들의 음식을 먹듯이 좋다고 스스로 말하였다.



그러나 책만으로 될것인가? 밤늦도록 책읽는 습관은 내게도 있다. 내가 위대한 인물이지 못한 이유는 수도 없지만, 무엇보다 나의 독서가 그저 나의 독서로 그치기 때문이다. 읽으면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세상이 어찌 책만 읽어 헤아려질 것인가. 초야에 묻혀도 천하를 살피는 와룡봉추 같은 이는 소설에만.있다. 그러므로 한비자는 진시황을 통해 뜻을 펴고자 했으나 동문 이사를 헤아리지 못해 독을 먹었고, 그 이사도 조고의 간계를 넘지 못했으니 마키아벨리는 군주란 뛰어난 지식과 무용, 지배력도 중하지만 그를 철저히 활용하는 지략과 연기력, 의심까지도 필요하다 적었다. 훗날의 비트겐슈타인이 오스트리아 시골에서 언어게임의 다른 규칙을 발견하고, 다시 철학계로 돌아왔듯, 결국 독서의 경험이 나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랴. 그러므로 한때, 잠시의 먹물이었던 기억을 붙잡고.싶어 밤마다 읽는 나의 독서는 그저 위안을 넘기 어렵다. 나와 주변을 평온케 하려는 데에만 겨우 쓰일 뿐이며 그조차도 마음이 일렁이면, 읽은 머리까지도 어지럽히니 부끄럽다.



창시자님께서는, 교본에서 태권도의 맞서기란, 틀의 기술들을 실전에 가장 가깝게 적용하는 훈련이라 하셨다. 필요 이상으로 다쳐서는 안되고, 최소한의 장비가 있으니 그에 맞게 쓰임새가 달라지는 기술들이 있다. 미스타 세이건이나 저 옛날 다윈이 말하는 인위도태는 태권도에도 분명 작게나마 있을 터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홀로 연습하는 틀과 달리 맞서기나 시합은, 내 예상 바깥의 움직임을 직접 겪어야한다. 독서가 세상에 풀리는 순간이다. 나만 알던 내가 타인을 겪는 순간이다. 온갖 좌충우돌을 겪으며 요령없이 살던 나는 마흔이 되어서야 내 범주와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비가 많이 와 오늘은 스뻬인 처녀만 오전반에 왔다. 사현님의 지도가 빛을 보았는지, 오늘 처녀는 열정적으로 훈련했다. 그냥 나 패는게 좋은건 아닐까 싶지만, 안그래도 습한 날, 땀

쭉 뺄 정도로 맞서기 연습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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